강백호-소형준 없이 이룬 성과…KT, 준우승 자체가 '마법'이었다

부상 악재 속 6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꼴찌에서 2위까지
반복되는 '혹사 논란'은 고민해야…강백호 부활도 과제

KT 위즈 선수들. /뉴스1 DB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했기에 아쉬움은 컸다. 하지만 강백호와 소형준 등 투타의 기둥없이도 이뤄낸 성과이기에, KT 위즈에겐 준우승 또한 '마법'과도 같은 일이었다.

KT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2-6으로 졌다.

이로써 1차전 승리 이후 내리 4경기를 내준 KT는 1승4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1차전에서 정규시즌 우승 팀 LG를 격침한 뒤 2, 3차전에서도 거의 승리를 손에 넣을 뻔 했던 KT는 이 두 경기를 역전패한 뒤 4차전을 무력하게 내주며 힘이 빠졌다. 결국 LG의 홈에서 열린 5차전마저 패하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했다.

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꼴찌에서 2위까지, KT의 '기적같은 여정'

하지만 시즌 전체로 봤을 때 올 시즌 KT의 행보는 놀라웠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캐치프레이즈인 '마법 같은 여정' 그 자체이기도 했다.

2021년 통합 우승, 지난 시즌에도 정규시즌 4위 후 준플레이오프까지 치렀던 KT는 올 시즌 초반 크게 흔들렸다. 필승조로 점찍었던 김민수와 주권 등 투수들, 황재균과 배정대 등 핵심 야수들까지 줄줄이 부상을 당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외국인투수 웨스 벤자민과 보 슐서도 기대만큼의 활약을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고영표와 함께 국내 선발진을 책임지던 소형준은 5월 팔꿈치 인대 파열 진단을 받아 수술대에 올라 일찌감치 시즌 아웃됐다. 같은달 말엔 주축 타자 강백호가 일명 '아리랑 송구' 사건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멘탈이 크게 흔들리며 전열에서 이탈했다.

6월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KT는 10위, 순위표 맨 아래에 있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치고 올라갔지만, 이번만큼은 반전이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KT의 '매직'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6월부터 하나 둘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대체 외인 윌리엄 쿠에바스가 선발 한 자리를 책임져 주면서 팀이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6월 15승8패(0.652), 7월 13승6패(0.684), 8월 19승4패(0.826). 3개월 간 47승18패(0.723)라는 믿기지 않는 성적을 낸 KT는 순식간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꼴찌에서 2위, 그리고 짐짓 선두 LG의 자리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비록 9월 들어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면서 선두 추격에는 실패했지만, 6월 시작이 꼴찌였던 팀이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끊은 것 자체가 대단한 반전이었다.

KT 위즈 강백호. /뉴스1 DBⓒ News1 김진환 기자

◇시즌 내내 부상병동, 강백호-소형준 없어도 '원팀'은 강하다

KT는 올 시즌 내내 '완전체'를 형성한 적이 없었다. 소형준과 강백호를 사실상 쓰지 못했고 시즌 초반엔 황재균과 배정대, 중반엔 박병호, 시즌 말미엔 김민혁과 엄상백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도 강백호가 또 다시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했고, 김민혁과 엄상백 역시 온전치 않은 상태로 '가을야구'에 임했다.

그럼에도 KT는 강했다. 쿠에바스를 주축으로 한 선발진, 박영현과 손동현이 이끄는 불펜진 등 투수의 힘으로 강력한 전력을 과시했다. 야수진의 빈 자리도 문상철, 이호연, 안치영 등의 '새 얼굴'이 잘 메워줬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세 좋은 NC 다이노스에게 첫 2판을 내주며 코너에 몰렸지만, 3차전부터 내리 3경기를 따내며 뒤집었다. 이 과정에서 외인 쿠에바스는 사흘 쉬고 등판하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이강철 감독을 주축으로 한 팀 전체의 힘이 강력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KT였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올 시즌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LG를 상대로 3차전까지 매 경기 1점차의 접전을 벌일 수 있었던 것 또한 KT의 저력이 돋보인 부분이었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 /뉴스1 DB ⓒ News1 박지혜 기자

◇지속되는 혹사 논란, 지쳐가는 투수들…강백호 부활도 절실

다만 내년 이후를 멀리 내다보기 위해선 고민할 부분도 없지 않다. 투수진의 '혹사 논란'이 매년 반복된다는 것이 첫 손에 꼽힌다.

KT는 이강철 감독 부임 이후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과 우승 등 확실한 성과를 냈지만, 그에 따르는 그림자도 있었다. 매년 필승조들이 잦은 멀티이닝과 연투 등 너무 많은 이닝을 소화한다는 지적이었다.

이미 박시영, 김민수, 주권 등은 앞선 시즌의 무리한 등판 여파로 수술을 받거나 부상 이후 기량이 하락한 바 있다. 외인 쿠에바스 조차도 2021년 이틀 휴식 후 등판의 투혼을 발휘한 이듬해 부상을 당해 1년을 쉬고 올해 복귀했다.

올 시즌 리그 최고의 셋업맨으로 거듭난 박영현, 포스트시즌에서 박영현 못지 않은 활약을 한 손동현 등도 당장 내년 시즌이 우려되는 이들이다. 박영현은 정규시즌 75⅓이닝에 포스트시즌, 아시안게임을 모두 더하면 90이닝 가까이 소화했고, 손동현도 군 전역 후 첫 해부터 정규시즌 73⅔이닝, 포스트시즌 10⅔이닝을 던졌다.

지나치게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 결국 구속 저하와 부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이미 수 많은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몇 년간 '윈나우'를 고집하면서 선수단이 전반적으로 노쇠화했다는 점 또한 고민거리다. 리그 최고의 재능으로 주목 받았지만 몇 년 간 부상 등으로 정체를 거듭한 강백호의 반등도 중요한 과제다.

KT 위즈 박영현. /뉴스1 DB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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