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했던 '캡틴' 오지환의 믿기지 않는 활약…LG 우승 9부능선 넘었다[KS4]
2차전 막힌 혈 뚫는 한 방부터 3경기 연속 아치
25년 묵은 롤렉스 시계 주인공 될 가능성 커져
- 문대현 기자
(수원=뉴스1) 문대현 기자 = LG 트윈스 주장 내야수 오지환(33)은 누구보다 우승이 간절한 선수다. 2009년 LG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을 31경기나 치렀지만 정상에 오른 경험은 없다.
과거 봉중근, 이병규, 박용택 등 선배들과 가을야구에 나섰으나 번번이 한국시리즈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각오가 대단했다. 공식 인터뷰에 나설 때마다 매번 우승에 대한 자신감과 간절함을 외쳤다.
오지환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한국시리즈 4경기 중 1차전을 제외하고는 펄펄 날면서 자신이 내뱉은 약속을 지키고 있다.
오지환은 홈에서 열렸던 1차전에서 4타수 1안타에 그쳤다. 수비에서도 한 차례 실책을 범했고 팀이 2-3으로 지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정규시즌 우승 이후 한 달 가량 푹 쉰 탓인지 경기력이 떨어진 듯 했다.
그러나 2차전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1-4로 끌려가던 6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윌리엄 쿠에바스를 상대로 1점 홈런을 터트려 5-4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오지환은 2002년 11월1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3점 홈런을 친 최동수 이후 LG 선수로는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홈런을 때렸다.
3차전의 주인공도 오지환이었다. 팀이 5-7로 뒤진 9회초 2사 1, 2루 상황에서 김재윤을 상대로 역전 스리런을 만들었다.
아웃카운트 1개만 더하면 팀이 질 뻔한 상황에서 극적인 홈런을 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했다.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4차전에서 6-1로 앞선 7회 1사 1, 3루에서 주권을 상대로 다시 한 번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3경기 연속 홈런을 친 선수는 김재현이 유일했는데 오지환이 2번째 선수가 됐다.
다만 김재현은 SK 와이번스 소속으로 2007년 6차전부터 2008년 1·2차전까지 3경기 연속 아치를 그렸다. 단일 시리즈를 기준으로 하면 오지환이 최초의 기록이다.
2차전 추격포(5-4 LG 승), 3차전 역전포(8-7 LG 승), 4차전 쐐기포(15-4 LG 승)를 친 오지환 덕분에 LG는 1패 후 3연승에 성공하면서 우승의 9부능선을 넘었다.
만약 LG가 이변 없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1998년 故 구본무 전 LG 회장이 다음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게 주라고 남긴 롤렉스 명품 시계의 주인은 오지환이 될 가능성이 크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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