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승리에도 고우석은 웃지 못했다…8회 블론세이브, 9회 위기 자초[KS3]
8회 역전 3실점 후 타선 도움 받았으나 끝맺음 실패
9회 1사 1, 2루서 강판…이정용이 어렵사리 마무리
-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LG 트윈스의 마무리 투수 고우석(25)이 냉온탕을 오간 끝에 민망한 승리투수가 됐다.
LG는 10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9회초 터진 오지환의 3점 홈런을 앞세워 KT 위즈에 8-7 역전승을 거뒀다.
1차전 패배 후 2·3차전을 잡고 시리즈 전적 2승1패를 기록한 LG는 우승을 향해 한 발 더 다가갔다.
9회말 1사 만루에서 이정용이 김상수를 병살타로 막으며 LG 선수단은 마치 우승한 듯 환호했다. 하지만 고우석만은 웃을 수 없었다.
고우석은 5-4로 앞선 8회 등판했다. 염경엽 감독은 2차전에서 9회 1점 차 리드를 안정적으로 막았던 고우석에게 2이닝을 맡기려는 듯 했다.
그러나 고우석은 첫 상대 배정대에게 안타를 맞고 흔들렸다. 이후 김상수에게 희생번트를 내줘 1사 2루로 몰렸고 황재균에게 동점 적시 2루타를 허용해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다음 상대는 박병호. 고우석은 2019년 준플레이오프 때도 당시 키움 히어로즈 소속이던 박병호에게 홈런을 맞은 바 있었다. 그럼에도 염 감독의 믿음은 굳건했는데 결과는 대실패였다.
고우석은 박병호에게 149㎞짜리 직구를 승부구로 던졌으나 비거리 115m의 홈런을 허용했다.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7경기 동안 홈런이 없던 박병호의 첫 홈런이었다.
고우석은 이후 장성우와 이상호를 범타 처리하고 8회를 마쳤으나 고개를 푹 숙인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런데 9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9회초 2사 1, 2루에서 오지환이 상대 마무리 김재윤에게 역전 스리런을 뽑아낸 것. LG가 8-7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염 감독은 9회말 고우석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지옥에서 탈출한 고우석은 자신의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고 첫 상대 앤서니 알포드를 삼진 처리했다.
그러나 후속타자 김준태에게 사구를 허용한 데 이어 정준영에게 안타까지 맞고 1사 1, 2루로 또 위기를 자초했다. 장타 한 방이면 다시 역전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염 감독은 고우석에 대한 믿음을 철회하고 이정용으로 바꿨다. 고우석은 8회에 이어 9회에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대위기 속 등판한 이정용은 배정대에게 초구부터 폭투를 던져 1사 2, 3루가 됐다. 그러자 결국 벤치는 자동 고의4구로 배정대를 거르고 김상수를 선택했다.
이정용은 김상수에게 투수 앞 병살타를 유도하며 1사 만루를 막고 극적으로 1점 차 승리를 지켰다.
기록상으로는 고우석이 승리투수였지만 8회에 이어 9회에도 1점 차 리드를 막지 못하고 강판된 탓에 전혀 웃을 수 없었다.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으나 LG도 한편으로는 찝찝한 내용이 남았다. 남은 경기에서 타이트한 세이브 상황이 왔을 때, 염경엽 감독도 고우석 카드를 쉽게 꺼내기가 쉽지 않아졌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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