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부 마무리 한 LG 이정용 "만화에서나 보던 경기를 했다"[KS3]
9회말 등판해 폭투 후 병살로 마무리…"공이 왜 내게로…"긴장
"몸 푼 횟수만 네 번…마당쇠 역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 권혁준 기자
(수원=뉴스1) 권혁준 기자 =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명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이는 고우석이 아닌 이정용이었다. 1사 만루에서 투수 땅볼을 잡아 자신의 손으로 경기를 끝낸 이정용은 "큰일 났다 싶었는데 송구가 빗나가지 않았다"며 웃어보였다.
LG 트윈스는 10일 경기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3차전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5-7로 뒤지던 9회초 나온 오지환의 역전 결승 3점포에 힘입어 8-7로 이겼다.
이날 경기는 무려 4번의 역전이 나올 정도로 '장군멍군'을 주고 받은 명승부였다. LG는 오지환의 재역전 3점포로 다시 리드를 잡은 9회말에도 쉽게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고우석이 1사 후 대타 김준석을 몸 맞는 공으로 내보냈고, 대타 정준영의 타석에서 좌익수 문성주의 아쉬운 수비가 나오며 1,2루가 됐다. 그러자 LG는 고우석의 강판을 결정하고 이정용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정용은 "5회부터 몸을 풀기 시작해서 몸 푼 횟수만 4번이었다"면서 "올라가서 내 공을 던질 수 있을까, 힘이 빠지진 않았을까 걱정도 있었는데, 그래도 (고)우석이가 없을 때 마무리 역할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잘 풀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비도 있었다. 등판하자마자 배정대를 상대로 폭투를 범하며 1사 2,3루에 몰린 것. 이에 배정대를 1루에 채우는 만루 작전 후 김상수와 승부를 했다.
이정용은 "폭투가 나와서 많이 당황했다"면서 "만루에 몰렸지만 그래도 1점을 줘도 동점이니 아웃카운트만 잡자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김상수와의 대결.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아넣은 이정용은 2구째 슬라이더로 땅볼을 유도했고, 이정용 본인 쪽으로 타구가 향했다.
그는 "큰일났다 싶었다. (박)동원이형과 미리 얘기는 했지만 진짜로 올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면서 "원래 수비에 자신이 있는 편인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정확하게만 던지자는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공이 잘 갔다"며 웃었다.
극적인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서 팀원들과 기쁨을 나눈 이정용은 "공이 왜 나한테 와"라며 긴장되던 순간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는 "정말 만화에서나 보던 그런 경기를 한 것 같다"면서 "그래도 2승을 먼저 선점해서 목표의 절반은 달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규시즌에 불펜 필승조로 시작해 선발투수, 임시 마무리투수 등을 두루 경험했던 이정용은 한국시리즈에서도 팀의 '마당쇠' 노릇을 하고 있다. 2차전에선 선발 최원태가 조기 강판하자 1회부터 마운드에 올랐고, 이날 경기에선 마지막을 책임졌다.
이정용은 "팀 사정상 마당쇠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인생에서 몇 없을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보다는 다른 선수들이 더 고생하고 있고, 나는 오늘도 공 몇 개 안 던졌다. 그저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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