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간절한 캡틴 오지환의 한 방, 잠 자던 LG의 정신을 깨우다[KS]
2002년 11월 최동수 이후 21년 만에 팀 KS 홈런
"팬들 응원 덕분에 부담 덜어…더 좋은 경기 할 것"
-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LG 트윈스 주장 내야수 오지환(33)은 누구보다 우승이 간절한 선수다. 2009년 LG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을 31경기나 치렀지만 정상에 오른 경험은 없다.
과거 봉중근, 이병규, 박용택 등 선배들과 가을야구에 나섰으나 번번이 한국시리즈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각오가 대단했다. 공식 인터뷰에 나설 때마다 매번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외쳤다.
오지환은 "LG 선배들과 함께 못해 본 우승을 이젠 내가 꼭 해내고 싶다"며 "1990년생 동기인 김상수, 안치홍, 허경민, 박건우까지 모두 다른 팀에서 우승을 했는데 나만 못 했다. 그렇기에 더 간절하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또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게 팀에서 줄 '롤렉스 시계'를 꼭 받겠다고 하면서 추가로 사비를 들여 동료 임찬규에게도 그 시계를 사주겠다는 대형 약속을 걸기도 했다. 그만큼 우승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의미였다.
간절함과 비장함을 함께 안고 나선 한국시리즈 1차전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정규시즌 우승 이후 한 달 가량 푹 쉰 탓인지 경기력이 떨어진 듯 했다.
타석에서는 4타수 1안타에 그쳤고 수비에서도 홈을 향한 악송구로 한 차례 실책도 범했다. 오지환답지 않았다.
그러나 2차전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 방을 쳐내며 주장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오지환은 첫 두 타석에서 범타에 그쳤지만 팀이 1-4로 끌려가던 6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를 상대로 1점 홈런을 터트렸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양 팀 통틀어 처음 나온 홈런이었는데 특히 LG 구단에 의미가 컸다.
오지환은 2002년 11월1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3점 홈런을 친 최동수 이후 LG 선수로는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홈런을 친 선수가 됐다.
3-4로 추격하던 8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박영현을 상대로 2스트라이크 이후 연거푸 4개의 볼을 골라 걸어 나갔고 이후 박동원의 역전 투런포가 터지며 득점에도 성공했다.
이날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박동원에게 쏠렸지만 앞서 6회 오지환의 동점포와 8회 오지환의 볼넷이 없었다면 역전을 장담할 수 없었다.
아울러 오지환은 수비에서도 1차전과 달리 몇 차례 까다로운 타구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면서 공수에서 날았다.
2차전 패배시 팀 사기가 자칫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었지만 오지환의 보이지 않는 헌신과 활약으로 LG는 시리즈 전적 1승1패로 균형을 맞추고 3차전이 열릴 수원으로 향한다.
오지환은 "LG 팬들의 응원이 정말 대단했다. 그 덕분에 오히려 한국시리즈라는 부담을 덜고 차분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며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얼른 잊고 남은 경기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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