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당겨쓰기' 승부수 띄운 이강철 vs '쫓겨도 순리대로' 강인권[PO4]

1차전 75구 던진 KT 쿠에바스 사흘 휴식 후 등판 강수
NC는 에이스 페디 아껴…"4차전 등판은 무리"

2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3:0 승리를 거둔 이강철 감독이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3.1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창원=뉴스1) 권혁준 기자 = 한쪽은 과감한 '승부수'를 띄웠고, 또 다른 쪽은 '순리'를 택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은 이강철 KT 위즈 감독과 강인권 NC 다이노스 감독이 4차전을 앞두고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KT와 NC는 3일 경남 창원 NC 파크에서 열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맞붙는다.

KT의 홈인 수원에서 열린 1, 2차전은 NC가 모두 잡으며 기세를 올렸고, NC의 홈 창원으로 옮긴 3차전에선 KT가 반격의 1승을 거뒀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은 2승1패 NC의 우위다.

4차전을 앞둔 상황에서 양 팀 사령탑의 선택은 엇갈렸다. 1승2패로 여전히 벼랑 끝에 몰려 있는 KT는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를 내세운다.

쿠에바스는 10월30일에 열린 1차전에 등판해 3이닝 7실점(4자책)으로 흔들리며 패전투수가 됐다. 당시 75구를 던졌는데 단 사흘을 쉬고 다시 출격한다.

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 /뉴스1 DB ⓒ News1 박정호 기자

이강철 감독은 일찌감치 쿠에바스의 4차전 선발을 생각하고 있었다. 3차전까지 1승2패로 밀리면 무조건 쿠에바스를 내고, 2승1패로 앞서고 있어도 경우에 따라 쿠에바스를 등판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이 감독은 "1차전에서도 쿠에바스가 4차전에 등판할 것을 대비해 공 개수를 보고 빠르게 교체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쿠에바스 본인도 등판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2021년 KT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끌 때도 이번과 같은 '승부수'를 띄워 성공시킨 바 있다. 그때도 투수는 쿠에바스였다.

당시 정규시즌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승률이 같아 '1위 결정전'을 치러야했던 KT는 108구를 던진 뒤 이틀 밖에 쉬지 않은 쿠에바스를 선발로 내세웠다. 쿠에바스는 그 경기에서 3⅔이닝 노히트를 포함해 7이닝 99구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로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 선발로 승리투수가 돼 KT의 창단 첫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또 한 번의 우승을 노리고 있는 이 감독은 1승2패로 몰린 상황에서 주저없이 쿠에바스를 선택했다. 이 카드가 적중할 경우 승부를 2승2패 원점으로 만들고 5차전에서 대역전극을 노릴 수 있게 된다.

강인권 NC 다이노스 감독. / 뉴스1 DB ⓒ News1 윤일지 기자

반면 강인권 감독은 4차전 선발투수로 송명기를 내세운다. 1차전에서 쿠에바스와 선발 맞대결을 벌여 완승을 거뒀던 '슈퍼에이스' 에릭 페디는 등판하지 않는다.

강 감독은 이에 대해 "3일을 쉬고 등판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고 짧게 말했다. 이 감독과 달리 애초부터 페디의 사흘 휴식 후 등판 등의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았다.

NC 입장에선 4차전에서 승부를 마무리할 경우 한국시리즈까지 사흘의 휴식일을 벌 수 있다. 하지만 페디가 무리한 투구를 했다가 부상을 당할 가능성, 이 경우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도 승부가 쉽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 / 뉴스1 DB ⓒ News1 이동해 기자

현재 2승1패로 앞서고 있는 NC는 최악의 경우 4차전을 내주더라도 5일 열리는 5차전에 페디가 나설 수 있다. 1차전 등판 후 5일을 쉬고 나서는, 정규시즌 때와 같은 간격의 등판이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반면 쿠에바스를 일찌감치 당겨 쓰는 KT는 5차전까지 승부를 몰고 갈 경우 2차전에 선발 등판했던 웨스 벤자민이 나설 가능성이 높다. 벤자민의 경우 나흘 휴식 후 등판으로 정규시즌 때도 종종 소화한 일정이기에 큰 무리는 없다. 상대 투수가 페디지만 한 번 더 승부를 걸어볼 만한 경기가 된다.

과감한 승부수를 띄운 이강철 감독과 무리하지 않고 멀리 내다보는 '순리'를 택한 강인권 감독. 둘 중 마지막에 미소 지을 이는 누구일까.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