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이어지던 'KS 공식' 깨졌다…삼성·두산 이어 SSG도 탈락

2000년부터 2022년까지 SSG(SK)·삼성·두산 중 한 팀은 KS 진출
SSG 탈락으로 LG·KT·NC 남아…셋 없는 KS는 1999년 이후 처음

25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에서 SSG 김원형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23.10.2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뉴스1) 권혁준 기자 = 삼성 라이온즈는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고, 두산 베어스는 와일드카드전 한 경기로 포스트시즌이 종료됐다. 여기에 SSG 랜더스마저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이로써 무려 23년을 지속하던 한국시리즈 공식이 드디어 종지부를 찍었다.

SSG는 지난 25일 경남 창원 NC 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6-7로 패했다. 이로써 1, 2, 3차전을 모두 내준 SSG의 가을야구는 막을 내렸다.

2000년부터 2022년까지,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았을 23년의 기간동안 KBO리그 한국시리즈에는 특별한 공식이 적용됐다. 바로 SSG(SK 와이번스), 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 등 세 팀 중 한 팀이 반드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는 것이었다.

이 기간 SSG는 9회, 삼성은 11회, 두산은 13회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각각 5회, 7회, 4회 우승했다.

세 팀의 진출 횟수를 합치면 33회, 우승 횟수는 16회에 달했다. 나머지 7개 구단을 합쳐도 한국시리즈 13회 진출, 7회 우승에 불과하며, 세 팀 중 두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 우승을 놓고 맞붙은 시즌도 10차례나 됐다.

14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2023 KBO리그'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KBO리그 사상 첫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과 함께 홈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삼성 선수들이 관중석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3.10.14/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역사는 20세기 마지막 해인 2000년부터 시작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현대 왕조'로 불리던 시절이다. 최강 선발진을 구축했던 현대는 2000년과 2003, 2004년까지 3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이 기간 현대와 맞붙었던 팀이 두산(2000년), SK(2003년), 삼성(2004년)이었다.

2001년엔 페넌트레이스 3위에 그쳤던 두산이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서 현대마저 무너뜨리고 '미라클 두산'의 시초를 알리며 우승했다. 2002년엔 그 유명한 이승엽-마해영의 백투백 홈런으로 삼성이 감격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은 현대 왕조가 저문 뒤 선동열 감독을 바탕으로 한 막강한 투수력을 구축하며 2005, 2006년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했다.

그 다음은 SK의 시간이었다. '야신' 김성근 감독의 조련하에 최강팀으로 거듭난 SK는 2007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 정상에 등극했다. 이 기간 두산이 2회, 삼성이 1회 준우승을 기록했고 2009년엔 KIA 타이거즈가 12년만의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은 SK 왕조가 저물 무렵 새로운 왕조를 꾸렸다. 김성근 감독이 중도에 물러난 2011년, 이듬해인 2012년 2년 연속 SK를 꺾었고 2014년까지 무려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1980년대 '해태 왕조'와 어깨를 나란히했다. 당시 사령탑이던 류중일 감독은 명장 반열에 올랐다.

19일 오후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NC에게 패배한 두산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3.10.19/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2015년부터 '여우같은 곰' 김태형 감독이 취임한 두산이 뚝심을 발휘했다. 두산은 그해 준플레이오프부터 거치며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왕조'를 무너뜨리고 2001년의 '미라클 두산'을 재현했다.

두산은 이때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무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우승이 3차례, 준우승이 4차례로 준우승이 더 많았지만 두산이 확실한 강팀으로 자리잡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 기간 중 KIA는 2017년에 두산을 꺾고 2009년에 이어 다시 한번 우승을 차지했고, 2018년엔 트레이 힐만 감독의 SK가 야신이 물러난 이후 처음 축배를 들었다. 두산은 2020년엔 9번째 구단 NC 다이노스, 2021년엔 10번째 구단 KT 위즈의 창단 첫 우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그리고 2022년엔 SK에서 이름을 바꾼 SSG가 역사상 최초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시리즈에 직행, 역사를 이어갔다. SSG는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하며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 역사는 24년째 지속되진 못했다. 올 시즌 삼성은 박진만 감독을 새롭게 선임하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투타 불균형에 고전을 면치 못하며 8위에 그치고 말았다. 지난해(7위)에 이은 2년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좌절이다.

김태형 감독과 결별한 뒤 '국민타자' 이승엽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한 두산은 지난해 9위의 충격을 씻고 5위에 올랐으나 가을야구는 한 경기로 끝났다. 와일드카드결정전에서 NC에 패하면서 내년을 기약했다.

셋 중 23년의 '전통'을 이어갈 가능성이 그나마 높았던 '디펜딩 챔피언' SSG는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와일드카드전을 거치고 올라온 NC의 기세를 막지 못하며 충격의 3연패로 탈락했다.

SSG의 탈락으로 올 가을야구에 남은 팀은 정규시즌 우승팀 LG 트윈스, 2위 KT 위즈, SSG를 격파한 NC 등 세 팀이다. 이들은 23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새로운 역사를 시작할 수 있을까.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