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초보감독' 때처럼…이번에도 '우승' 외친 롯데 김태형 감독

"우승이 누구 집 애 이름이냐" 농담하면서도 "우승 목표로 해야"
"선수들 힘 합치면 가능해…지나고 남는 아쉬움, 스스로 느껴야"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이 2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롯데호텔 부산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0.24/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권혁준 기자 = "우승이 누구 집 애 이름도 아니고…"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이 새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하며 웃어보였다.

두산 베어스 감독 시절부터 보여오던 특유의 유쾌함은 여전했지만, 그런 와중에도 '우승'이라는 목표를 확고하게 내비쳤다.

김태형 감독은 24일 부산 부산진구 롯데호텔 부산에서 열린 취임식을 통해 롯데의 제21대 신임 감독으로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롯데는 앞서 김 감독과 계약 기간 3년, 총액 24억원(계약금 6억원·연봉 6억원)의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두산의 지휘봉을 잡아 3번의 우승과 4번의 준우승을 이끌었던 김 감독은 1년의 공백을 딛고 다시 현장에 돌아왔다.

김 감독은 "야구 도시 부산의 새로운 롯데 감독으로 부임하게 돼 설렌다"면서 "공격적이고 화끈한 공격 야구를 펼쳐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김 감독은 '야인 감독' 중 최대어로 꼽혀왔다. 두산과의 계약이 만료된 지난해 겨울부터 1년동안 여러 팀의 감독 후보로 거론됐다. 특히 지난 8월 래리 서튼 감독이 물러난 이후 공석이 됐던 롯데의 신임 감독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이어졌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2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롯데호텔 부산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롯데 유니폼을 착용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0.24/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김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롯데 팬들이 여름부터 제 이야기를 많이 언급해주셔서 좋았다"면서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신 덕에 무게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선수들과 좋은 시즌을 치르고 좋은 성과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롯데는 최근 6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 기간 성적은 7-10-7-8-8-7위 이고, 승률 5할을 넘긴 적도 없다.

특히 올해는 충격이 더 컸다. 시즌 전 유강남(4년 80억원), 노진혁(4년 50억원), 한현희(3+1년 40억원) 등 거액을 들여 FA 외부 영입을 했고, 5월 한때 단독선두에 나서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지만 최종 결과는 다시 7위였다. 새로 취임한 김 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김 감독은 "우승이 생각처럼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선수들이 힘을 합치면 가능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신인 감독이었던 2015년에 겁없이 우승을 목표로 잡았는데, 이 자리에서도 우승을 말하고 싶다"면서 "선수들도 마음가짐을 잘 다잡고 각오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두산 지휘봉을 잡은 2015년에도 첫 해 '미라클 두산'의 저력을 발휘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쳤지만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잇따라 승리했고 한국시리즈에선 '통합 4연패'를 노리던 '삼성 왕조'마저 격침했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이 2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롯데호텔 부산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재진 질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2023.10.24/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롯데의 감독으로 다시금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게 됐지만 김 감독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는 "9년의 시간이 지났고, 지금의 젊은 선수들의 사고방식은 그때와 다를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야구는 똑같다. 코칭스태프가 선수를 잘 파악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목표는 포스트시즌으로 잡고, 그 다음엔 우승을 목표로 하고 싶다. 선수들과 잘 호흡해서 강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김 감독은 "지나고 나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그 아쉬움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있지만 스스로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