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많은 '딥페이크' 규제…가해자 76% 10대, 처벌 '느슨'
전문가 "기존 성범죄 수준 처벌 필요…법적 공백 많아"
정부, 법제도 개선·정책 연구 추진
-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청소년·대학생 텔레그램 사건 등 딥페이크(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든 가짜 콘텐츠) 범죄가 잇따르면서 기존 성범죄 대비 느슨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개월간 서울에서만 딥페이크 합성물을 만든 청소년 10명을 검거했다. 가해자는 학생과 교사를 상대로 음란물을 직접 만들고 배포했다.
일명 '딥페이크 범죄'는 딥러닝(deep learning·심층학습)과 가짜(fake·페이크)를 합친 말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만든 진짜 같은 가짜 콘텐츠를 말한다.
최근 'AI 소라'(텍스트 기반 영상 생성 기술) 같은 여러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앱이 등장하면서, 딥페이크 범죄는 청소년들도 가담하기 쉬워졌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허위영상물 성범죄 가해자 120명 중 91명(75.8%)은 10대였다.
누구나 딥페이크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시대에도 강력한 처벌 기준은 없는 상태다. 현행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에 따르면 딥페이크 음란물을 편집, 합성, 가공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영리 목적으로 반포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문제는 딥페이크 음란물을 내려받거나 시청하는 행위를 처벌할 근거 조항은 없다는 점이다.
민고은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현재 성폭력 처벌법에서는 실제 촬영한 불법 영상물을 시청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보지만, 허위 영상물(딥페이크 영상)에는 그런 규정이 없다"며 "직접 촬영한 불법 촬영물과 허위 영상물을 동일하게 규정하지 않으면서 (법적으로) 공백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불법 합성물을 만들었더라도 '반포할 목적'이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 반포 목적이 뚜렷하게 입증되지 않으면 가해자는 교묘하게 처벌을 피해갈 수 있다.
민고은 변호사는 "최근 기술의 발달로 딥페이크 영상은 실제 촬영한 영상과 구분히 어려운 수준"이라며 "법이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규제도 직접 촬영 영상물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가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학교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현재 딥페이크 규제는 기존 성범죄보다 처벌 수위가 낮은 편"이라며 "철저히 가해자 위주 규제라, 이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딥페이크 관련 규제가 미흡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현재 입법 미비 사항을 인식하고 있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업해 성적 허위 영상물로 인한 피해 예방 위한 법제도 개선과 정책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센터(디성센터)의 역할 강화도 필요하다. 디성센터는 기존 불법 촬영물과 딥페이크 삭제 지원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자체 DNA 검색 기술을 활용해 지난해 피해 영상물을 24만 건이나 삭제했으나,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국내외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할 경우 겪는 어려움이 상당하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여성가족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디성센터가 3년간 삭제 요청한 불법 촬영물 62만여 건 중 약 16만 건은 묵살됐다.
박성혜 디성센터 삭제 담당 팀장도 6월 간담회에서 "불법 사이트에서는 '당신이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는 센터냐'라는 식의 회신이 오는 경우도 있다"며 "명확한 법적 근거를 가지고 요청하기 위해 저희 기관이 명시된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작업을 하고 싶지만, 현재 설치 근거법 자체가 전무하다"고 짚었다.
※성폭력·디지털성범죄·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 등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여성긴급전화 1366(국번없이 ☎1366)에 전화하면 365일 24시간 상담 및 긴급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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