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파행·장관 후보자 '줄행랑'…다사다난 여가부 [2023결산]
잼버리 대회 초기 운영 미숙으로 김현숙 장관 사의표명
김행 후보자, 주식파킹 등 논란에 청문회 도중 '줄행랑'
- 권혜정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여성가족부는 다사다난한 2023년을 보냈다. '여가부 폐지'에 대한 논의가 잠시 주춤한 사이 여가부는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초기 운영 미숙으로 그야말로 전국민의 질타를 받았다. 급기야 대회가 파행하자 여가부를 둘러싼 책임 논란이 안팎으로 거세졌고, 김현숙 장관은 잼버리 대회 파행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김행 후보자가 새 여가부 장관으로 지명됐지만 김 후보자는 각종 논란을 넘지 못하고 결국 '중도 포기'했다. 김행 후보자는 국회 사상 처음 인사청문회에서 '줄행랑'을 치는 등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김현숙 장관의 사의 표명 후 3개월, 김행 후보자의 자진사퇴 후 벌써 2개월이 지났음에도 후임자 인선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여가부는 '식물 부처'로 새해를 시작하게 될 전망이다.
'여가부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다. 윤 대통령 취임과 함께 본격 논의되는 듯했으나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등에 따라 관련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다. 부임 당시 "여가부를 폐지하러 왔다"며 마지막 장관을 자처했던 김현숙 장관 역시 지난 5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여가부 폐지 이슈는 수면 밑으로 내려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수면 밑으로 내려갔다던 여가부 폐지론은 지난 8월 '잼버리 사태'를 계기로 재등장했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유치 확정 후 6년에 달하는 준비 기간과 11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대회 1일차부터 온열질환자 발생, 의료시설 미흡, 열악한 화장실과 샤워실 등 각종 논란을 낳았다. 이 과정에서 잼버리의 제1 주무부처인 여가부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특히 1170억원에 달하는 전체 예산의 74%는 새만금 조직위원회 운영비로 사용됐다. 그러나 새만금 잼버리 파행을 촉발한 화장실과 샤워장, 폭염 저감 시설 등 야영장 조성비에는 120억원만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4월 제정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지원 특별법'에 따르면 행사를 지휘하는 조직위는 여가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설립하도록 돼 있다. 또 잼버리 관련 주요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국무총리 소속 기구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정부위원회'의 간사도 여가부가 맡고 있어 여가부 책임론이 불가피했다. 김 장관은 잼버리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이기도 했다.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에 더해 김 장관의 각종 발언도 논란을 부추켰다. 영내에서 발생한 성범죄 의혹에 대해 '경미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고, 이번 잼버리 사태가 부산 엑스포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는 "오히려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세계에 보여주는 시점"이라고 답해 논란을 키웠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기업까지 나서 'K-잼버리'로 마무리하긴 했지만 파행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자 김현숙 장관은 지난 9월 중순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김 장관의 사의로 여가부는 '잼버리 사태'에서 벗어나는 듯했으나 문제는 후임 여가부 장관 후보자로 이어졌다.
후임 여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목된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지명과 동시에 주식 파킹, 임신중지(낙태) 발언 등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청문회를 통해 소상히 밝히겠다"고 했으나 인사청문회 당시 해명 과정에서 태도 지적을 받았고, 급기야 인사청문회 사상 처음으로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청문회장을 '퇴장'했다. 그간 청문회에선 소수당이 항의 차원에서 퇴장하는 일은 있었지만 후보자가 청문회장을 빠져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김 후보자는 이후 입장문을 통해 여가부 후보자 자리에서 자진사퇴했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위해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이 길뿐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인사권자인 윤석열 대통령께 누가 돼 죄송하다. 본인의 사퇴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김행 후보자가 사퇴한 지 벌써 2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차기 후보자 지명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김현숙 장관은 사의를 표명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여가부의 수장으로 부처를 이끌고 있어 일각에서 '식물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김행 후보자가 내정 후 약 한 달 동안 거쳤던 인사청문 절차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은 탓에 인선 작업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지난달 7일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감에서 "(김 장관의 후임을) 찾고 있는데 쉽지 않다"며 "솔직히 말하면 청문회 때문에 고사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 전까지는 김현숙 장관이 계속 장관을 맡거나 장관직을 공석으로 둔 채 '차관 권한대행 체제'를 운영할 가능성도 다시금 제시된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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