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외도 일삼던 남편, 욕 한마디하자 가출 뒤 이혼소송…"누구 책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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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우리나라는 부부생활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소송을 받아들이지 않는,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와 달리 미국 등 상당수 국가들은 파탄주의, 즉 부부 중 어느 한쪽이 혼인을 이어갈 의사가 없다면 이혼소송 제기를 허용하고 있다.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와 관련된 물음과 답변이 17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등장했다.

맞벌이 부부로 남편과 결혼생활 10년동안 부부싸움을 수도 없이 했다는 A씨는 "남편은 남자라는 이유로 집안일과 양육에 참여하지 않았고 폭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바람도 피웠다"고 했다.

"어린 자식들이 눈에 밟혀 모든 것을 참고 넘어갔다"는 A씨는 "어느날 남편과 다퉜던 중 순간 화가 나서 욕설을 했더니 남편은 이때다 싶었는지 집을 나가버린 뒤 이혼소송을 제기해 왔다"고 했다.

A씨는 "예전에 남편과 이혼 및 재산분할에 대해 몇 번 이야기한 적은 있었지만 이혼을 원하지 않았고 아이들을 위해 남편과 헤어질 수 없어 남편 회사와 시댁을 찾아가 애원했지만 남편은 꿈쩍도 하지 않더라"고 했다.

A씨는 "남편은 제게 부당한 대우를 당했고, 관계 파탄도 저 때문이라며 '이제 다른 사람이 생겼으니 끝내자고 하더라"며 "그동안 남편의 폭행과 외도를 참았는데 제가 한 번 화를 내며 욕을 했다고 이혼이 되는 것인지, 별거에 들어간 뒤 남편과 만난 여자들에게 위자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김미루 변호사는 "두분 사이가 파탄되었다고 하더라도 파탄의 근본적이고 주된 책임은 A씨 남편에게 있어 보인다"며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책배우자라도 예외적인 경우에는 이혼소송 제기가 허용된다"며 ①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을 경우 ②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를 한 경우 ③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이라고 했다.

따라서 "이번 사연처럼 유책배우자인 남편이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이혼만을 구한다면 남편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어 보인다"며 법원이 남편의 이혼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남편과 바람을 피운 상대 여성들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남편분이 유책성이 있기에 별거 후 남편이 만난 여자들을 상대로 상간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만약 "상간자들이 남편분이 이혼한 줄 알았다면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이 부분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도움말했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