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해법, '홀로코스트'에 답 있다"
조윤선 장관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재발않게 교육해야"
"법적 책임 묻되 반일 안돼…日 정부와 전범 분리해야"
한국언론문화포럼, '일본군 위안부 해법 모색' 세미나
- 염지은 기자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 한국언론문화포럼이 18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 개최한 세미나에서 선우정 조선일보 국제부장, 임철순 한국일보 논설고문,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양정숙 대한변호사협회 감사가 토론하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News1
</figure>"홀로코스트에 답이 있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한국언론문화포럼(회장 임철순)이 18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기억을 넘어 미래로-일본군 위안부 해법을 모색한다'주제의 세미나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답을 '홀로코스트'(Holocaust,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에서 찾았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 주제 발표자로 초청된 조윤선 장관은 일본군 위안부의 현황과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 국제사회의 동향 등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조 장관은 지난 3월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길에 뉴욕 퀸스커뮤니티칼리지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찾아 박물관내 위안부 전시관 건립 문제를 논의했다.
조 장관은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가서 답을 찾았다. 박물관에 20여 분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 추억도 나누고 영화를 보다 학생들이 방문하자 '너희들 나이 때 끌려가 이런 일을 당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얘기해 주었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어떤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잘 드러내 주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문제로 기억하고 재발하지 않게 해야하는 사명이 여러가지를 실천할 수 있다"며 "그중 하나는 제 2차 세계대전때의 안네의 일기처럼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기록 자료를 찾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해 제대로 해결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
또 "할머니들의 마음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국민들이 어떻게 됐을 때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할 것이냐가 다른 어떤 과제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지금부터의 위안부 문제 해결 방향은 종전과는 다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조 장관은 "어떤 것을 하면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롯한 국민들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됐다고 볼 수 있느냐에 대해 국민들과 할머니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 얘기들을 나누고 들어봐야 할 때다"고 덧붙였다.
15세에 일본군에 끌려갔던 정서운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만화 영화로 제작한 '소녀 이야기'(감독 김준기)로 주제 발표를 시작한 조 장관의 이날 발표는 약 30분에 걸쳐 이어졌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방문한 경험을 전하면서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특히 조 장관은 2007년 만장일치로 통과된 미 연방하원의 '위안부 결의안'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가며 설명했다.
미 연방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전문은 "위안부 시스템이라는 것은 일본 정부의 강압적인 전시 성매매다. 잔혹성과 광범위함에 있어 이웃 역사의 선례가 없다. 이것은 20세기에 아주 가장 심각한 인신매매 범죄중 하나다"고 적시했다.
결의안은 또 "일본의 총리가 공식적인 지위에서 공개적인 발언으로 사과한다면 종전에 했었던 발언에 대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진정성에 관한 의문을 해소시킬 것이다"고도 명시했다.
조 장관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일 두 나라의 외교 문제냐, 그렇지 않다. 과거의 문제냐, 아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현재, 미래의 문제이고 반복되지 않아야 하는 미래의 문제다. 지금도 분쟁지역에서 근절해야 할 전(戰)시 성폭력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여성의 인권에 관한 일이고 보편적 인권의 문제다"고 말했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한국언론문화포럼이 18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 개최한 세미나에서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법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한국언론문화포럼 제송)© News1
</figure>위안부 문제를 '홀로코스트'에 비견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은 청중석의 질의응답시간에서도 이어졌다.
2010년 10월 한인단체인 시민참여센터 주도로 미국내 첫번째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진 뉴저지주의 부시장 제이슨 김은 기림비를 만들 때의 힘들었던 점을 회고하며 "홀로코스트의 보상 및 해법 수준을 일본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이슨 김 부시장은 "첫 번째 위안부 기림비를 만들 때 위안부라는 개념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고민을 많이 했다. 해법이 된 것은 위안부가 여성 권리에 대한 범죄이고 인권에 대한 범죄라는 것을 주민들이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부터다"며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가장 알려진 범법 사항이 홀로코스트이고 가장 안 알려진 사항이 위안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홀로코스트 전례가 있으니 거기서 받은 보상이나 해법 정도는 우리도 요구해야 한다"며 "독일과 나치를 분리시킨 것처럼 일본 정부와 군국주의는 분리해 해결책을 찾아야지 일본 정부를 계속 공격하면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전(戰)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일로 가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계속됐다.
청중석에 참석한 이철우 한미공공정책위원회 회장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어 절대 반일로 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대부분의 일본 언론들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며 "한국언론이 너무 반일로 끌고 간다. 북한 문제를 해결할 때도 일본의 협조없이는 불가능한데 이것 때문에 잃어버리는 게 많다"고 했다.
이어 "미국의 압력으로 해결하면 반미 감정이 쉽지 않다. 일본의 양식있는 지식층 등이 스스로 해결하게 해야 감정의 앙금이 남지 않는다"며 "일본 사회의 친한(親韓) 지성인들이 점점 설자리가 없어져 가는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에 있어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법적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할 것으로 지적된 공통된 의견이다.
토론자로 나선 양정숙 대한변호사협회 감사는 "피해자들의 요구는 사실을 전부 인정하라는 것이다.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은 정부와 군부에 의한 조직적인 모집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다"며 "법적 책임은 추상적이고 모호한 것이지만 정부 책임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일본 정부는 아시아여성기금이 만들어 졌을때도 피해자, 가해자라는 말을 안 썼다. 일본 정부가 법률적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인도적 견지의 위로금 차원으로 건네는 돈이다"며 "피해자로서 절대 받을 수 없는 돈이다"고 했다.
양 변호사는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군인이 조직적으로 개입해서 끌고 갔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부인한다"며 "한국의 법률가, 역사가 더 매진해야 할 부분은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다. 특히 국제 연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선우정 조선일보 국제부장은 "한·일 국장급 회의에서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연내에 해결하겠다는 교도 통신 기사가 났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는 없다"며 "일본의 전략이라는 것은 고노담화와 아시아여성기금을 일관되게 주장하겠다는 것인데 일본이 법적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마지막 목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충분한 근거는 있지만 고노담화, 아시아여성기금 등 일본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했던 노력을 갖고 국제사회에 반복적으로 어필할 때 단지 국가 배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제사회가 우리 편을 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여성기금은 민간 차원에서 기금을 모금해 아시아 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한 일본의 단체로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의 약칭이다. 1990년대 위안부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자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 때 민간기구를 발족, 각국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주도록 추진했다.
선우정 부장은 아시아여성기금이 2002년 해산될 때까지 48억엔을 썼으며 이중 순수 민간자금은 6억엔으로 나머지 42억엔은 정부의 자금이었다고 주장했다.
청중석에서는 이밖에 위안부 문제 해법을 위한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다.
손우현 전 프랑스 문화원장(한림대 교수)은 노벨문학상 잠재 후보인 1.5세 코리안 이창재 프린스턴대학 교수의 소설을 소개하며 영화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소개했다.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때 위안부 치료를 담당한 한국계 미국 군의관의 이야기를 다뤘다.
손 교수는 또 "한·일관계에 있어 여성인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 대사를 활용하라"며 "독일 국민들은 나치에 대한 사죄의 제스처를 하고 희생자들과 기념 촬영도 한다. 프랑스 문화를 존중한다. 일본사람들은 우월주의로 이런 게 없다. 위안부 문제 해결은 금년 말로 해결 시한을 정할 것이 아니라 계속해야 하는 사업이다"고 조언했다.
이날 세미나는 임철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사회로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의 주제발표, 선우정 조선일보 국제부장과 양정숙 대한변호사협회 감사의 토론이 있었다.
청중석에는 이철우 한미공공정책위원회 회장, 제이슨 킴 뉴저지주 부시장, 손우현 전 프랑스 문화원장(한림대 교수) 등 약 70명이 참석해 경청했다.
senajy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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