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환 "'좋은 일자리' 부족이 저출생 핵심…수도권 집중도 문제"

[인터뷰]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②
"5가지 분야의 고령사회 대책 고민 중…내년 발표"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8.2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대담=국종환 경제부장 김유승 기자 = "저출생의 심각한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데다, 그나마도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뉴스1>과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6월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는 단기 대책뿐만 아니라 좋은 일자리 창출과 수도권 집중 등 저출생의 구조적 요인을 해소해 나가겠다는 계획도 담겼다.

정부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주 부위원장은 좋은 일자리 부족, 수도권 집중, 사교육비 부담 등 저출생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으며, 관계부처와 협의를 마치는 대로 인구비상대책회의 등을 통해 발표해 나가겠다고 했다.

주 부위원장에게서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청사진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다음은 주 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수도권 집중, 일자리 문제 등 구조적인 문제를 이번 대책에서 언급했다. 그간 다른 곳에서도 지적된 문제들이지만 해결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대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지금까지와 다르다. 첫 번째는 구조적 요인에 대해 저출생 관점에서도 대응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점이다. 두 번째는 앞으로 대응해 나갈 거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번 정부는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저출생의 심각한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데다가 그나마도 수도권에 몰려 있다. 좋은 일자리에 가기 위해서 좋은 학교를 나와야 하고, 좋은 학교를 나와야 하니까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좋은 학교와 좋은 일자리가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다 보니까 수도권으로 사람이 몰려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수도권의 집값이 올라가고 수도권에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물리적, 심리적으로 느끼는 경쟁 압력이 굉장히 높다. 이 부분이 가장 크다고 본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그 방법에는 산업 혁신도 있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도 있을 것이다. 또 좋은 일자리라는 것은 어찌 보면 자기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가면 해결되는 부분도 있다. 지금은 사회 시류에 맞춰서 자기 적성하고는 관련 없이 대기업에 가려 한다. 지금 좋은 일자리라는 게 사회적으로 보면 대기업, 중견기업, 금융기관, 공무원, 또는 학교 선생님 같은 공공기관 직원들 아닌가. 전체 일자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자기가 학교에 다니면서 적성을 찾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또 그 일이 임금이라든가 근로 조건의 측면에서 과도하게 불리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면 그것도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 집중도 심각하다.

▶어떻게 저출생·고령화 관점에서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인데, 그중에 하나를 고령화와 연계해 '베이비부머 세대'에서 찾을 수 있다. 1955~1963년 제1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약 710만 명이다. 그리고 1964~1974년이 약 950만 명이다. 총 1660만 명인데 그중에 한 400만 이상이 지방 연고가 있다고 할 때 이 중 10%라도 생활 인구 형태로 지방에 가게 된다면 어떨까. 베이비부머 세대 중 여건이 어느 정도 된다면 지방 생활 인구로 갔다가 나중에 거기서 정주 인구로 살 수 있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런 분들을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지방시대위원회와도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이분들이 지방 대도시나 지방에 집을 샀을 때 기존에 집이 있더라도 1가구 1주택으로 간주해 주고, 이 집을, 예를 들면 신혼부부나 출산 가구에 파는 경우 양도세를 면제하거나 경감해주면 이들 중에서 그 지방의 생활 인구로 가서 정주 인구가 될 것이다. 지방은 일자리도 모자라지만 좋은 학교, 의료 환경, 문화 환경도 부족하다. 지방에 생활 인구나 정주 인구가 어느 정도 있다면 문화 시설이나 의료시설이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들을 살펴보고 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8.2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그 외에는 무엇을 들여다보나.

▶사교육비 경감과 관련해서도 교육부와 저희가 같이 고민하고 있다.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정리가 되면 인구비상대책회의나 다른 협의체를 통해서 구체화한 내용들을 조금씩 발표할 생각이다.

-우리나라가 내년이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고령사회 대책은 어느 부분에 초점을 둘 것인가.

▶고령사회 대책과 관련해 4가지 측면에서 유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첫째로 고령자 특성을 보면 저희가 고령자를 편의상 전기 고령자와 후기 고령자를 나누는데, 전기 고령자는 65세에서 74세, 후기 고령자는 75세 이상이다. 이미 전기 고령자에는 제1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들어왔다. 그래서 전기 고령자와 후기 고령자의 특성이 다르다. 전기 고령자는 후기 고령자보다 학력도 높고 소득 수준이나 자산 수준도 높다. 일하려는 의사도 있고 역량도 있다. 이들은 빈곤율 수준도 다르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 중위 연령은 46세지만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경북 의성 등 일부 시군은 벌써 중위연령이 60세가 넘었다. 고령사회 대책은 지역별로도 좀 달리해서 봐야 한다. 세 번째는 AI나 로봇 등 과학기술의 발전이다. AI의 발전으로 맞춤형 의약품을 만들거나, 돌봄 수요를 맞출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소비 능력을 갖춘 노인이 이제 등장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떻게 산업과 연계시킬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다.

그래서 지금 5가지 분야로 나눠 작업하고 있다. 우선 노후 소득을 보장하고, 고령자가 73세까지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데, '한국형 계속 고용'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다. 또 의료, 요양, 돌봄 문제를 어떻게 할지, 특히 '에이징 인 플레이스' 즉, 집에 거주하면서 건강하게 노후 생활을 보내려는 트렌드와 어떻게 연계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세 번째는 주거다. 연세가 많은 분은 화장실이 넓어야 하고 난간이 있어야 하고, 계단이 너무 가파르면 안 되고 이런 주거 특성들이 있다. 도시 시설도 그런 부분이 있다. 네 번째는 노인의 사회 참여다. 예를 들면 후기 고령자는 일보다 사회 참여를 통해 본인 삶의 의미를 더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어떻게 여가 선용을 하게 할지에 대한 것이고, 마지막으로 실버산업을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부분이다.

이런 것들에 대해 지금 국책·민간 연구기관, 관계부처와 함께 작업반을 지난 7월 구성해서 연말을 목표로 분야별로 이렇게 대책들을 만들겠다. 대책이 나오는 대로 내년 이후 발표할지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노인들이 건강하고 활동적이고 생산적인 노후 생활을 보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