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막판 쟁점 '연금 구조개혁'…공적 연금 골고루 손봐야 하는 '난제'

연금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여야 합의 쉽지 않을 전망
"22대 국회 개원하면 정부가 개혁안 제출하고 올해 안에 매듭 지어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2024.5.27/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임기 종료를 앞둔 21대 국회가 연금 개혁을 이뤄내지 못한 배경에는 개혁의 범위를 둘러싼 여야 간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조정하는 '모수(母數) 개혁'부터 21대 국회에서 완수하자는 입장인 반면, 정부·여당은 개혁을 차기 국회로 넘겨서라도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설정 등 공적 연금 전반을 바꾸는 '구조 개혁'까지 이루자고 주장한다.

29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국민연금 개혁안 합의에 실패한 채 이날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앞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시민 토론을 거쳐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높이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여야는 이를 토대로 합의를 시도해 보험료율 13%에는 뜻을 모았으나, 소득대체율을 두고 입장 차를 드러냈다. 이후 국민의힘이 소득대체율 44%라는 절충안을 제시했고,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이를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여당이 연금 개혁을 21대가 아닌 22대 국회로 넘기자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정부는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여야의 막판 합의 지원을 위해 연금개혁 추진단을 꾸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때부터 정부 의견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여기서 연금 개혁을 21대 국회가 아닌 22대 국회로 넘겨 처리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부턴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급하게 하기보다 22대 국회에 넘겨 충실하게 논의하는 것이 맞다"고 입장을 공식화했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 변화에는 연금 개혁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상향에 그치는 모수개혁이 아니라 구조개혁과 함께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22대 국회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구조개혁이란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등 국민연금 제도의 숫자만 바꾸는 데서 나아가, 기초연금, 퇴직연금, 직역연금 등 전체 연금 제도의 구조를 함께 들여다보고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작업이다.

가령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노인에게 국고를 통해 일정액을 지급하는 제도다. 고령화로 수급자가 늘면 필요 재원이 2030년 39조 7000억 원에서 2070년 238조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기능을 중복해 수행하는 만큼 연금 구조개혁 과정에서 함께 국민연금과의 통합 등 관계 설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무원 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제도를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등 함께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022년 기준 국민연금 월 평균 수령액은 36만 9000원에 그치지만 특수직역연금의 경우 203만 원에 달하며, 국민연금과 달리 국고가 투입돼 형평성 논란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낸 연금 개혁 방안도 구조개혁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국민연금을 세대 형평성 차원에서 신·구연금으로 이원화하고, 새로 도입하는 신연금의 경우 가입자가 낸 만큼 돌려받는 확정기여(DC) 방식으로 바꾸자는 주장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21대 국회 내 국민연금 개혁 처리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4.5.2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이처럼 구조개혁은 공적연금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논의해야 할 내용이 방대하고 복잡해 개혁안 마련까지 오랜 시일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 사회는 보험료율을 올려 연금 기금 고갈 속도를 늦추는 수준의 기본적인 개혁조차 세대·계층 간 갈등 속에 지난 26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이뤄내지 못했다.

더구나 22대 국회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논하기 위해선 위원 명단부터 새로 짜야 하며, 여야가 정쟁에 치중하다 보면 올해 안에 개혁안을 마련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연금 개혁이 1년 늦춰질 때마다 수십조 원의 추가 국민부담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야가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데 의견을 모은 만큼, 모수개혁이라도 우선 처리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당 내에서도 나온다. 나경원 국회의원 당선인은 지난 27일 "첫 단추라도 끼워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가 모수개혁이라도 진행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22대 국회에선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구조개혁안을 제시하며 논의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정부가 연금 개혁안을 제출하고, 올해 안에 개혁을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