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국회로 연금개혁 넘기자는 정부…"명확한 방안 제시부터"

尹 "연금개혁 22대 국회로 넘겨야"…21대 합의 가능성 축소
"정부가 처음부터 구체적 연금 개혁안 제시하고 주도 했어야"

윤석열 대통령. 2024.5.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연금 개혁을 22대 국회로 넘겨 지속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21대 국회 남은 기간 개혁 완수를 위해 노력하겠다던 정부 입장이 무색해졌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정부가 명확한 개혁안을 제시하며 사회적 논의에 다시 불을 붙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급하게 하는 것보다 22대 국회로 넘겨서 좀 더 충실히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로써 주호영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여야가 소득대체율 2%포인트(p) 차이 때문에 연금 개혁안 합의에 이르지 못하게 됐다"고 하자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남은 기간 개혁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던 것이 무색하게 됐다.

21대 국회 임기 내 연금 개혁 합의 가능성을 낮게 본 대통령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가진 회담에서 "(연금 개혁안 합의를) 21대 국회에서 하기 어려우니 22대 국회에서 좀 더 논의해서 결정하면 어떻겠냐"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이튿날 열린 연금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22대 국회에서 한다는 거는 오늘 자리를 상당히 맥 풀리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이 차관은 "바람직한 연금개혁안이 나온다면 정부도 적극 함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출범 초 연금개혁 의지를 강조했던 정부는 지난해 10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어떻게 조정할지 수치를 빠뜨린 '맹탕 개혁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연금 개혁안을 국민과 함께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결국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꾸린 공론화위원회가 500인의 시민대표단 토론을 통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높이는 '더 내고 더 받기' 안을 제시했지만 정부는 이번엔 22대 국회로 논의를 미루자며 시간을 끄는 모습이다.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정부가 노후소득보장 강화에 방점이 찍힌 공론화 결과에 불만을 갖고 재논의를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차관은 지난달 말 공론화위 연금 개혁안에 대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연금 개혁이 22대 국회로 넘어가면 개혁안이 올해 안에 마련될지 불투명해진다는 점이 문제다. 22대 국회에선 연금특위 구성부터 다시 해야 하며, 국정감사와 각종 정쟁이 예고돼 있어 개혁 논의 재개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유럽출장 취소 및 연금개혁특위 활동 종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간사, 주호영 특위위원장, 유경준 국민의힘 간사. (김성주 의원실 제공) 2024.5.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김상균 연금개혁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개혁이 1년 늦어질 때마다 추가로 필요한 보험료율 임상분은 대략 0.5%포인트"라며 여야가 보험료율 13%엔 합의한 만큼 조속히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처음부터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며 개혁을 이끌었다면 21대 국회 내 개혁을 완수할 수 있었을 거란 비판과 함께, 22대 국회가 출범하면 정부가 명확한 안을 제시해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건호 '미래세대 일하는시민의 연금유니온' 정책위원장은 "연금 개혁 논의가 계속 표류하는 결정적 이유는 정부가 명확한 개혁안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22대 국회가 열리는 즉시 정부가 개혁 법안을 발의해 논의를 이끌고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