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대응기획부' 띄운 尹…"정책 리더십 없으면 옥상옥"

여야도 총선 공약으로 저출산 전담 부처 신설 내걸어…새 국회서 탄력받을듯
"전담 부처만의 역할·권한 설정 없이는 업무 중복·예산 집행 비효율 초래"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추가 질문을 더 받으라며 사회자에게 손짓하고 있다. 2024.5.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 문제를 전담하는 가칭 '저출산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히면서 출산율 반등의 마중물이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새로운 저출산 전담 부처가 정책 심의기구의 한계를 지닌 기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보완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저출산 대책 추진을 위한 명확한 권한이 설정되지 않으면 허울뿐인 옥상옥(屋上屋)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지금 저출생 문제는 시간을 두고 진행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이제 거의 국가비상사태"라며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를 신설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게 하겠다"고 밝혔다.

새 부처의 장관이 기존 교육부 장관이 맡던 사회부총리직을 수행하면서 교육·노동·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도록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구상이다. 윤 대통령은 "주거, 의료, 복지, 고용·일자리, 교육을 전부 통할할 수 있는 사회부총리를 맡겨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저출산 전담 부처를 신설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간 컨트롤타워로 기능하던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의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관계부처 장관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저고위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규정한 정책 심의 권한만 가지며, 독자적인 집행·예산권이 없어 정책을 의결하고 강제하는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과거 경제성장을 강력히 추진한 경제기획원 같은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설치해 더 공격적으로 강력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총선 과정에서도 여야가 한뜻을 보인 만큼 인구 전담 부처 신설은 22대 국회에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부총리급 '인구부'를 신설해, 각 부처에 흩어진 정책을 인구부에 한데 모으겠다고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비슷한 맥락에서 '인구위기대응부'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18일 대구 달서구 선사유적공원 진입로 인근에 설치된 거대 원시인 조형물 '이만옹'이 지난해 역대 최저 0.72명의 합계출산율 속에 침몰하는 배와 눈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인구위기 문제 대응을 위한 캠페인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달서구는 최근 주민 공모를 통해 '이만 년의 역사를 간직한 거대 원시인' 조형물의 이름을 '이만옹(二萬翁)'이라 짓고 홍보대사로 공식 위촉했다. 2024.3.18/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하지만 새 전담 부처에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저출산 관련 대책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지 않으면 허울뿐인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니 전담 부처를 신설해 확실한 사업 몇 가지를 공무원들이 책임감 있게 추진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새 부처가 다른 부처에 저출산 관점으로 정책을 내게끔 정책 리더십을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국토부가 집값을 올리지 못하도록 한다든가, 교육부에는 사교육비를 줄여주는 정책을 내도록 교육개혁을 추동할 수 있어야 한다"며 "부총리급으로 격상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대통령실에 관련 비서관 하나를 만들어 총괄하게 하는 등의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인구감소 시대, 인구 전담 부처 설치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인구 문제가 보건·복지, 교육, 고용, 지역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부처 간 전면적인 업무 재조정을 실시하고, 인구 전담 부처만의 역할과 권한을 설정해야 한다"며 "관련 부처 간 업무조정 없이 전담 부처를 설립할 경우, 업무 중복성과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이 반복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