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환자 공공병원에 몰린다…“위기 때마다 구원투수, 지원은 뒷전“
전공의 이탈에 환자 몰려…진료시간 연장, 수술 풀 가동
필수의료 패키지에 '공공병원 지원안' 빠져…"지원 확대해야"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전공의의 집단 사직으로 '빅5' 병원에 의료인력이 대거 이탈하면서, 공공병원에 환자가 몰리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최후통첩 시한과 다음달 인턴 입사일, 전임의 재계약일을 앞두고 의료대란이 수습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대학병원에 입원, 진료 차질이 생기면서 공공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공의 집단 사직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주요 대형병원은 수술을 최대 50%까지 줄이는 등 의료대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병원은 이윤 추구가 주된 목적인 민간병원과 달리 필수의료 제공, 지역 의료 격차 해소, 전염병 대비, 보건 정책 집행 등의 목적을 갖고 있다. 서울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서울보라매병원 등을 포함해 전국에 41개 공공병원이 있다.
서울시는 지난 22일부터 시립병원 등 8개 병원은 기존 오후 6시까지 운영했던 평일 진료를 8시까지 연장하고, 서울의료원·보라매병원·동부병원·서남병원 응급실은 24시간 유지해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지난주와 비교했을 때 이번주에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많이 늘었다"며 "공공병원이다 보니 코로나 때도 그렇고 다 수용하고 있다. 응급 수술이나 기존에 예약한 수술은 다 진행하고 있지만, 장기화 되면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포털에 따르면 서울의료원 중환자실(일반), 국립중앙의료원 중환자실(외과)은 병상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였다.
다만 이들 공공병원들은 코로나19 이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앞서 2022년 국립중앙의료원은 공공병원 경영 정상화에 최소 3.9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코로나19 환자를 받고, 기존에 수술, 치료 등을 위해 내원하던 환자를 받지 않으면서 단골 환자들이 떠났기 때문이다.
공공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악화된 재정이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다. 최소 4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위기 때마다 (공공병원이) 동원되니, 병원 입장으로서는 난처할 따름"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 집단 이탈이 장기화하면 남은 교수, 전임의들의 업무 부담이 심해질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의료진을 추가로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공공병원의 임상 조교수 등의 자리는 (개원가보다) 연봉이 높지 않아 의사가 오지 않는 상황이라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공병원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공병원은 전체 병상 수 중 약 10%를 차지하지만, 이번 정부가 의대 증원과 함께 추진하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공공병원 지원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전공의들의 진료거부로 수개월을 기다린 환자들의 수술이 취소되고 입원 환자를 퇴원시키는 등 병원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라며 "필수·지역·공공의료 강화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현재 (전체 의료기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밖에 되지 않는 공공병원을 두 배 이상 확대하고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한다"고 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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