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1억 출산장려금은 특수사례…현실적 출산대책에 관심을
부영發 출산장려금 세제혜택 논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현실 외면
육아휴직 마음대로 못 쓰는 직장 현실…정부, 저출산 근본 원인에 집중해야
- 김유승 기자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부영그룹이 직원의 자녀 한 명당 1억 원의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면서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법체계 내에선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최대 38%에 달하는 근로소득세율을 적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1억 원에 대해 약 3800만 원(연봉 7000만 원 기준)의 세금이 발생한다. 기업의 출산 장려 문화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통령까지 세 부담 완화 방안을 지시하고 나섰다. 정부는 오는 3월 해당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부영의 특수 사례에 과세 원칙까지 바꾸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저출산 문제 해결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종사자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는 2532만9000명인 데 반해 300인 이상 대기업 종사자 수는 전체 10.9%인 308만7000명에 불과하다. 부영처럼 통 큰 출산 지원금을 주는 기업은 취업자 10% 남짓이 포함된 300인 이상 기업 중에서도 일부에 그친다.
청년 다수가 종사하는 중소기업에선 단돈 100만 원의 출산 장려금은커녕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단축근로제 등 출산을 위한 기본적 제도조차 버겁다. 2022년 기준 아빠 육아휴직자 70.1%와 엄마 휴직자 60%는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였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가 전체 약 90%인데 정작 이들이 전체 육아휴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그친 것이다.
1992년 남자 28.01세, 여자 24.93세이던 초혼 연령은 2022년 남자 33.72세, 여자 31.26세로 대폭 늦어졌다. 청년들이 결혼을 늦추는 데에는 좋은 직장과 그렇지 않은 직장이 뚜렷하게 나눠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한몫한다. 소수인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 30세가 넘어서까지 취업 준비를 하고, 취업을 해도 퇴근 후 이직 준비를 하느라 결혼과 출산은 자연스레 뒷전이 된다.
실상이 이러한데 대통령이 특별 지시까지 하는 세제 혜택이 대부분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면 앞으로도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수록 출산에 과감한 혜택을 주는 소수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청년의 결혼과 출산이 더 늦어지고, 출산의 양극화 현상은 심화하며, 합계출산율은 최저 기록을 계속 경신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 정부가 일부 사례에 과몰입하기보다는 출산을 가로막는 근본 문제 해결에 집중했으면 한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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