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일괄 수거 부당" 인권위 권고는 '메아리'…학교 현장은 '난색'
교사들은 "교권 침해에 따돌림 등 현실적 문제 많아"
전문가 "학교 주체 간 민주적 의견수렴 과정 강화해야"
-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최근 잇달아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소지를 막는 생활 규정을 개정하라고 일선 학교에 권고하고 있다. 인권위가 내세우는 이유는 학생의 일반적 행동 자유권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과 교육 분야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휴대전화 사용 제한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하고 있어 양측의 충돌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학교 현실 알면 수거 반대 못 해"
인권위는 지난해 7월 A학교에 휴대전화 사용·소지 제한은 인권침해라면서 해당 학교에 학칙 개정을 권고했다.
그러나 A학교는 '면학 분위기 조성 및 각종 사이버범죄 예방, 사회성 함양' 등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 것도 인권위의 권고를 거부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마련했다. 여기에는 "교원의 수업권, 학생의 학습권을 함께 보장하기 위해 교원은 수업 방해 물품을 분리 보관하거나 물리적 제지, 수업 방해 학생의 분리(교실 내부 또는 외부) 등을 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인권위는 휴대전화 일괄 수거 관련 학칙 개정을 학교 56곳에 권고했지만, 24곳이 따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 권고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도 있지만, 학교들은 '현실적인 어려움' 탓에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장의 교사들은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으로 수업 진행이 어려울 지경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일선 초등학교에서 재직 중인 한 교사는 "수업 중 게임을 하거나, 사진을 찍는 등 여러 가지 행동으로 수업을 방해한다"고 토로했다.
여러 학교에서 진로 관련 강의를 하는 오모씨는 "확실히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간 수업 집중도는 크게 다르다"며 "자율권을 준다고 해서 학생들이 절제나 통제가 되는 경우 많진 않다"고 지적했다.
교권 침해와 따돌림 같은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인 B씨는 "교사의 발언을 녹취하고 악의적으로 편집해 교사를 괴롭히는 학생들이 있다"면서 "심지어 졸업 후 돈을 위해 선생님을 신고하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인권적인 측면에서 인권위가 권고할 수 있다고 본다"라면서 "그러나 휴대전화 수거와 같은 교칙은 반드시 학생회나 학부모나 설문조사나 의견수렴 거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게 되어 있다"고 했다.
◇"민주적인 의견수렴 강화해야"
이렇듯 의견수렴 과정이 갖춰져 있긴 하지만 일각에서는 학교와 학부모보다 학생은 이러한 교칙 개정에 의견을 적극 개진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는 결국 학교의 주체인 학생·학교·학부모 간 다양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휴대전화가 학습 효율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는 등 부작용이 많다"면서 "결국 학생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의견수렴 없는 '일방적 수거'"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학생 스스로 교칙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학교 주체들 간의 적극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만들어진 '약속'을 학생들이 지키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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