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때 자녀 신세 진 노인 부부 비중↑…"공적 돌봄 공백 때문"
동덕여대 연구팀, 팬데믹 전후 배우자 돌봄 실태 연구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며 노인 부부로만 이뤄진 가구 비중이 줄어들고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 부부 비중이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팬데믹으로 발생한 '돌봄 공백'을 해결할 자구책이었으리란 관측이다.
8일 대한보건협회에 따르면 동덕여자대학교 보건관리학과 연구팀(양지연·이용주)은 최근 협회 학술지 '대한보건연구'에 이 같은 내용의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배우자 돌봄 부담 실태와 요인'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연구팀은 팬데믹 전후 노인 배우자의 돌봄 부담 변화와 돌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알아보려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고령화연구패널조사 7차(2018년: 유행 전) 및 8차(2020년: 유행 후) 자료를 활용해 배우자에게 돌봄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 420명을 분석했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상황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배우자에게 돌봄을 받는 노인의 평균 연령은 유행 전 77.67세에서 유행 후 79.13세였다. 돌봄을 받는 노인의 성별은 유행 전 남성 81.5%, 여성 18.5%로 남성의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 한 이후에는 남성 74.9%, 여성 25.91%로 남성 비중이 줄고 여성 비중이 늘어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분석 대상 노인들은 평균 1.97개의 만성질환이 있었고 주관적 건강 상태가 나쁘다고 생각한 사람이 다수(98.1%)였다. 다만 점수가 클수록 일상생활을 스스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일상생활 수행 능력(ADL)은 7점 중 평균 1.77점, 도구적 일상생활 수행 능력은 10점 중 평균 5.42점이었다.
돌봄을 제공받는 시간은 코로나19 유행 전후 평균 3.91시간이었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유행 전후 돌봄을 받는 노인의 건강 상태 특성을 비교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혜자 대다수는 남성이며 배우자인 여성에 의해 돌봄을 제공받는 비중은 크다. 제공자 연령 역시 65세 이상"이라며 "수혜자와 제공자 모두 노년기에 접어드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경우도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돌봄을 받는 노인의 가구원 수는 유행 전 2.48명에서 유행 후 2.76명으로 증가했다. 노인 부부로 이뤄진 가구 비중은 유행 전 71.81%에서 유행 후 60.1%로 감소한 반면,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 부부는 유행 전 23.79%에서 유행 후 36.27%로 증가하는 변화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명확한 규명은 어렵지만 노인을 돌보는 노인 배우자의 경우 혼자서 돌보는데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한계에 도달했을 것"이라면서 "공적 사회 시스템에서 지원됐던 공식적 돌봄이 제한되면서 공백을 채우려 가족 구성에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구팀은 "아직 공적 돌봄 서비스는 노인 돌봄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공적 돌봄 서비스가 증가하더라도 가족 돌봄이 크게 감소하지 않고, 공적 돌봄 서비스가 종료되는 시점에서는 가족 돌봄이 상당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앞으로 가중될 노인 돌봄의 부담을 줄이려면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24시간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 가족 돌봄 제공자에게 '휴식 돌봄'을 제공해 그들의 부담을 완화할 때라고 제안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4년 7월 '치매 가족 휴가제'를 시작으로 지역별로 '어르신 돌봄 가족 휴가제'를 제공하고 있으나 아직 이용과 홍보가 부족하다. 연구팀은 "신체 및 인지 기능 손상이 심한 노인을 돌보는 가족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회 서비스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돌봄 영역에서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돌봄 서비스가 확대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소와 복지관에서 만성질환 관리, 말벗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제공해 봤고 긍정적인 효과도 확인했다는 이유에서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경우가 점차 늘면서 돌봄 제공자가 노인인 배우자뿐만 아니라 노인인 자녀의 경우도 증가하리라 본 연구팀은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효율적이고 돌봄 부담을 완화할 방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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