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응급센터 의료진 200% 가동…24시간 운영하기에 인력 부족"
[인터뷰] 고재욱 경기남부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장, 이산 부센터장
"응급센터 찾는 정신질환자 하루 2~3명…제발 조기 치료 받길"
- 천선휴 기자
(용인=뉴스1) 천선휴 기자 = "의료진이 200%를 수행하고 있지만 현재 인력이나 정부 지원으로는 정신응급의료센터를 24시간 운영할 수 없다."
지난 7월 문을 연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에서 정신 응급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고재욱 경기남부권역 정신응급의료센터장(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과 이산 부센터장(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뉴스1과 인터뷰에서 한목소리로 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가 이달 초 내놓은 정신건강 대책은 파격 그 자체였다. 당장 내년부터 8만명을 시작으로 5년간 100만명에게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정신건강검진 대상을 20~34세로 확대해 2년마다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10년 내 자살률 50% 감축을 목표로 잡기도 했다. 그야말로 전국민 정신건강의 전(全)주기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사실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뜬금없는 것은 아니었다. 올해 묻지마 흉기 난동 등으로 정신 건강 문제가 화두에 오르면서 정부가 TF팀을 꾸려 대책 마련에 열심이었고 전 국민 마음건강 투자사업에 539억원, 정신건강복지센터 위기개입팀 인력을 늘리는 데 791억원,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확대에 36억원 등 내년 예산 또한 진작 책정해 놓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정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추진하고 있는 이 정책들을 현장에선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또 지금 운영되고 있는 정신건강 사업들에 문제점은 없을까.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에서 정신 응급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고재욱 정신응급의료센터장과 이산 부센터장을 경기 용인시 기흥구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정신응급의료센터란 말이 생소한데 어떤 환자들을 만나고 있나.
▶(고재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정신건강의학과만 있는 병원에 주로 입원을 하는데 내과적·외과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이런 환자를 관리할 수 없다. 또 여러 문제들로 인해 환자들을 꺼리는 병원들도 많다. 또 24시간 운영하는 정신건강의학과도 없으니 케어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내·외과적인 문제와 정신적인 문제를 함께 봐야 하는 경우 환자를 적재적소에 옮겨서 치료해줄 만한 병원이 많지 않고 책임 소재도 따지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국가차원에서 정신건강 시범사업으로 2021년 발족한 거다.
-7월31일 용인세브란스병원에 경기남부 권역 정신응급의료센터가 문을 열고 약 5개월이 지났다. 하루 평균 몇 명의 환자가 찾아오나.
▶(이산) 오늘은 아직 두 명이다. 약물로 자살을 시도한 환자들이었다. 이런 환자들이 하루 평균 2~3명 온다. 많으면 4~5명까지 있다.
▶(고재욱)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로 지정받고 나서 환자가 많이 늘었다. 경기 남부 권역에서 정신응급 환자가 발생해 119에 신고하게 되면 119에서 환자를 평가하고 우리 쪽에 의뢰를 한 뒤 환자를 데려온다. 주변 병원에서도 이런 환자들이 발생하면 우리에게 보낸다. 본인이 직접 오시는 경우도 간혹 있다.
-24시간 운영한다고 들었다.
▶(고재욱) 24시간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을 갖췄다. 우리 병원 같은 경우는 응급의료센터 안에 1인실 형태로 2개의 장소가 마련돼 있다.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두 개의 병상을 함께 관리하고 있는데 정신응급 환자가 오게 되면 내외과적으로 어떤 치료가 필요한 환자인지, 중한 환자인지 등을 구분하고 평가해 1차적인 치료를 한다.
그 후 환자가 안정되면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2차적으로 정신건강 평가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내외과적으로 치료가 더 필요하다면 해당 과와 협진해 치료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당직 시스템을 갖췄다. 이를 위해 표준 진료 지침도 개발했다.
-센터를 운영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이나 애로사항이 있다면.
▶(고재욱) 정신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속한 정신건강전문요원과 경찰, 소방대원으로 꾸려진 정신 응급 위기 개입팀이 현장에 나간다. 현장에 나간 정신응급 위기 개입팀이 환자의 정신질환 여부를 판단하고 의료기관에 이송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문제는 24시간 가동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시간대도 있는 데다 이송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또 다른 문제는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수준으로는 센터를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건비나 시설보조비 등이 지원되는데 24시간 가동하기엔 너무나 부족한 액수다.
-두 병상을 24시간 운영하려면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가.
▶(고재욱) 24시간 3교대로 돌아가려면 구역이 몇 개이든지 쉬는 사람까지 포함해서 의사, 간호사 등 각 직역당 최소한 5명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기존에 있던 선생님들이 더 노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필수의료를 하는 의사 구하기도 너무나 힘들어서 대신 간호사 6명을 채용하려고 하는데 지금은 5명만 구한 상황이다. 기존에 있던 간호사 7명과 유기적으로 스케줄을 짜고 있다.
▶(이산) 의료 인력, 인적 자원을 충분하게 지원해줘야 한다. 기존에 100%를 수행하던 의료진이 150%, 200%를 해서 유지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장기적으로 지속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얼마 전 정부가 20~34세는 2년마다 정신건강검진을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는데 어떻게 보나.
▶(이산)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 정신과에서는 증상 평가에 많이 사용하는 게 설문지 척도 검사인데, 주관적인 정신 증상을 객관화해서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도구다. 하지만 이 검사는 선별을 하는 도구이지 진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위험한 상태인지도 모르는 경우들이 꽤 많은데 이런 도구로 스스로를 평가해볼 수 있게끔 하고, 다음 단계로 서비스를 연계해 나가는 부분이 잘 세팅돼야 한다.
-검사로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챘다고 하더라도 그걸 받아들이고 의사를 찾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산)정신 응급 상황이 생기고 내외과적인 평가까지 필요한 환자들을 만나면서 '왜 정신응급 상황까지 오게 됐는가'를 생각해보면 결국 병을 키워서 이런 상황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조기에 발견하고 조기에 중재하고, 그런 증상들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아직도 '이게 기록이 남나요' '이것 때문에 취업이나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되진 않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의료법상 비밀 보장이 준수되는 개인 정보이다 보니 제3자가 임의로 열람할 수 없는데 아직도 편견이나 오해가 많은 것 같다.
참으면서 병을 키울 필요는 없다. 적절한 도움을 받으면 치료도 더 빠르게 될 수 있고 잘 회복할 수 있다.
-치료를 받다가 중단하는 경우도 많나.
▶(이산)중증 정신질환에 해당되는 만성 조현병 등은 치료가 잘 되지 않고 약물 순응도가 낮아 치료 중간에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면 환청, 피해망상 등 공격적인 성향이나 행동들이 심해질 수 있다.
본인 스스로에게도 내가 이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 하고, 보호자 교육도 필요하다. 의료진을 계속 연계하고자 하는 노력과 지역사회에서도 사례 관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방면에서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이걸 정부에서 해줘야 하는 것이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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