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으로 인한 건강보험 손실…"獨, 약국 등에 줄 약제비 깎아 대응"

獨의원 "이렇게 안 했으면 건강보험 시스템 무너졌을 것"
벨기에 "분담률 높이기보단 정부에 돈 빌리는 게 합리적"

네자하트 바라다리 독일 사회민주당 국회의원(왼쪽에서 두 번째)/(보건복지부 출입 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독일과 벨기에 등도 지난 3년여간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느라 건강보험 재정에 막대한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독일은 법을 제정해 약국 등에 지급할 약제비를 깎았고, 벨기에는 재정 당국에 돈을 빌려 건강보험 재정 준비금을 충당하는 등 유연한 대처로 현재는 건강보험 재정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은 지난 6~12일 독일과 벨기에의 의료보험 제도 운용기관 총 4곳과 독일 국회의원의 면담을 통해 건강보험 재원 확충 및 재정관리 방안 등 개혁 동향을 들어봤다.

우선 독일은 지난 2007년 '공적 의료보험 경쟁력 강화법'에 따라 공적·민간 보험 가입을 의무화했으며 전체 인구 약 8000만명 중 7000만명이 공적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다. 나머지 1000만명은 민간보험 및 공공부조, 보훈대상자다.

독일 공보험 회사 대부분은 노동자들을 위한 직장 의료보험 조합이고, 현지에 이 조합들을 관리하는 협회(BKK)가 있다. 2020년 임금 소득자 기준 일반 보험료는 세전 급여의 14.6%로 책정돼 있다. 고용주와 가입자가 7.3%씩 낸다.

독일 BKK(직장건강보험조합 협회(BKK Dachverband e.V.)) 관계자들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BKK의 Dr. Thomas Schepp 기획전략 담당(오른쪽), Stephanie Bosch 홍보담당/(보건복지부 출입 공동취재단)

BKK 관계자는 "수입의 리스크는 BKK 재정에서 지원하고 있다. 예상 수입보다 실제 수입이 적으면 그 차액은 BKK가 부담해 준다"면서 "지출 리스크는 보험사가 관리한다. 지출이 커질수록 재정적으로 보험사가 힘들어 각자 지출 효율화를 꾀한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며 막대한 의료보험 재정이 들어가자 독일 국회는 2022년 11월 GKV 재정 안정화법(GKV Financial Stabilization Act)을 마련했다. 약제비 지출을 줄이겠다는 목표에서다.

네자하트 바라다리(Nezahat baradari) 독일 사회민주당 국회의원은 "코로나19 유행으로 건강보험 예산 압박이 상당히 심해져 (법안이) 만들어졌다"며 "보험료를 올리기는 어려우니 약국과 제약사로부터 충당한 셈"이라고 말했다.

바라다리 의원은 "약 판매로 약국에, 제약사에 갈 돈을 조금씩 줄였다. 약국 조합의 반발은 심했다"면서도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건강보험) 시스템이 무너졌을 것이다. 곳곳에서 조치를 조금씩 취했으니 예산이 안정화됐다"고 설명했다.

벨기에 질병 장애보험공단(NIHDI)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한국처럼 현지 의료기관에 병상 확충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건강보험 재정은 더 예측하기 어려워졌지만, 팬데믹을 계기로 시행한 비대면 진료나 원격 진료는 이어갈 예정이다.

벨기에 자영업자들(한국의 경우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사회보장 기구인 자영업자 중앙사회보장기관(NISSE)은 2019년에서 2022년,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며 사회보장 분담금이 4억 유로가량 줄었다고 설명했다.

중앙사회보장기관은 "분담금 감소와 지출금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우선 재무부에 재정 준비금을 빌렸다. 가입자들의 분담률을 높이기보다 돈을 빌리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 집행이 그렇게 엄격하지 않다. 위기 상황엔 더 쉽게 적용할 수 있어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다. 실업수당을 못 받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사회적 그룹도 작용한다면 또 다음 팬데믹 때 원활히 대응할 수 있겠다는 판단도 내리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 건강보험 재정은 2021년부터 흑자 기조가 이어졌다. 2021년에 코로나19로 전반적인 의료 이용이 줄면서 2조8229억원, 2022년 3조6291억원의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2022년 상반기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동네 병·의원 검사치료 체계 전환 등 코로나19 검사·치료비 지원에 4조1000억원이 쓰였다. 2020년 1월부터 2022년 말까지로 봤을 때는 코로나19 대응에만 7조2076억원을 부담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