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험료율 15%까지 높이면 손해 보는 장사?…"사적연금보다는 낫다"
사적연금 수익비 1 미만…"국민연금은 사업주와 보험료 분담해 이익"
국민연금 개혁 없으면 낸 만큼 못 받을 수도…"재정안정화 조치해야"
- 최현만 기자
(세종=뉴스1) 최현만 기자 = 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 자문 기구인 국민연금 제5차 재정계산위원회(재정계산위)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높이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상향하는 내용이 담긴 개혁 보고서를 내자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부 시민들은 "보험료율을 높이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늦출 바에는 낸 돈을 돌려주고 제도를 없애라"는 강경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는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15%까지 높이고 지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늦추는 정도로 개혁을 하더라도 사적연금 보다 수익비(보험료 납입액 대비 연금 수급액 비율)가 좋은 만큼 국민들이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라고 강조한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담긴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복지부는 종합운영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재정계산위의 개혁 보고서를 반영하게 된다.
재정계산위가 발표한 보고서 초안에는 보험료율(현행 9%)을 12%, 15%, 18%로 올리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2033년 기준 65세)을 단계적으로 68세까지 상향하며 연평균 기금투자 수익률(현재 4.5% 수준 전망)을 0.5%p나 1%p 높이는 안을 조합한 18가지 시나리오가 담겼다.
재정계산위는 내부적으로 18개 시나리오 중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하고 지급개시연령을 68세로 상향하면서 기금투자수익률을 1%p 제고하는 방안을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재정계산위의 보고서 초안이 공개되자 인터넷상에는 "차라리 냈던 보험료를 돌려주고 국민연금 제도를 없애라"는 거부감 섞인 반응이 나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5%까지 높이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늦추더라도 기본적으로 사적연금보다 낫다며 제도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국민연금은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제도"라며 "보험료율을 15%까지 높이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늦추더라도 모든 소득 계층에서 수익비가 1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사적연금에서는 관리·운영비 등을 고려했을 때 수익비가 1을 넘을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재정계산위 위원장 역시 "국민연금이라는 고마운 제도를 없애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근로자의 경우 사업주가 보험료 절반을 내준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며 "보험료율을 15%까지 올려도 수익비는 1.3 정도가 되는데, 사업주가 보험료 절반을 내주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수익비가 2.6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료율을 15%로 올린다고 하더라도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연금 보험료율은 평균 18.2%에 달한다.
다만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8%까지 올린다면 일부 고소득자는 낸 보험료보다 적은 연금을 받게 된다.
아울러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불만은 단순히 일부 보험료율 상향 때문이 아니라 연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심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직장생활 4년차인 20대 김모씨는 "떨어지는 출산율을 봤을 때 미래에 제대로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지금까지 낸 보험료를 포기해도 괜찮으니 앞으로 보험료를 내기 싫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 수준이 점점 높아지는 만큼 강제로 보험료를 부과하기보다는 사적연금을 통해서 노후를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 현행 국민연금 제도가 계속 유지된다면 2055년에 국민연금 기금은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금이 고갈되고 한 해 걷은 보험료 수입으로 그 해 연금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면 2080년에는 소득의 34.9%를 보험료로 지급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 경우 오히려 보험료율을 높이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등 적절한 국민연금 개혁을 통해서 극복이 가능한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오 위원장은 "제도가 좋다고 해도 지급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있을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연금 개혁을 빨리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젊은 층으로부터 제도를 폐지하자는 얘기가 안 나오게 하려면 이들이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며 "재정 안정화 조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노인 인구가 많아진 상황에서 선거 등을 고려했을 때 제도 폐지는 어렵다"며 "젊은 층이 연금 제도의 운영 실태, 해외 연금 제도의 운영 방식 등을 정확히 알려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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