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치료 병원' 지정하면 뭐하나…열에 아홉 "의사 없어 환자 못받아"
21개 병원 중 19곳은 5년간 치료 전무 또는 연간 1~2명 불과…나머지 2곳만 정상운영
의료진 인력난에 개점휴업…"인력과 시설 등 인프라 확충 시급"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마약 중독 전담치료병원 21개소 가운데 19개소는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초기 중독자가 치료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인력과 시설 등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약류 중독자의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된 병원 21개소 중 9개소(42.9%)은 최근 5년(2018년 1월~2022년 6월) 동안 치료한 중독자가 한 명도 없었다.
10개소(47.6%)는 치료 대상이 연간 1~2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2개소인 인천참사랑병원과 국립부곡병원만이 치료를 도맡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올 6월까지 국립부곡병원은 172명, 인천참사랑병원은 273명의 중독자 치료를 진행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마약류 사용자의 마약류 중독 여부를 판별하거나 마약 중독자로 판명된 이를 치료·보호하기 위해 기준에 맞게 치료보호기관을 설치·운영, 지정할 수 있다. 해당 기관에 치료비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 대다수가 마약 중독 치료를 중단한 데는 전문 의료진이 없기 때문이다. 병원들은 환자가 와도 치료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입장이고, 환자로서는 영문도 모른 채 병원으로부터 치료를 거절당하는 셈이다.
정부는 1990년대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수, 병상 수 등을 기준으로 치료 보호기관을 지정해왔으나 대다수가 사실상 운영을 중단한 만큼 내년에 지정 기준 등을 재검토해 취소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인력과 시설 등 전반적인 인프라 확충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올 10월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전문 치료보호기관의 인프라를 확충해 일상복귀를 지원하고,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내년 정부 예산안에 증액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정부 대신 국회 복지위가 심사 과정에서 예산 27억7300만원을 증액하는 안을 마련했다. 우수 기관 2개소에에 인센티브를 2억원 주는 방식이다. 다만 인력 부족이 핵심 문제라, 큰 도움이 되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마약퇴치운동 등을 진행하는 이들과 마약류 전문 의료진들은 "단속만으로 뿌리뽑기 어려운 단계"라며 "중독 치료와 재활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중독자를 사회로 복귀시키기 위한 인력과 시설 투자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ks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