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했던 '청년' 자영업자 "식비 얻으러 '다다름사업'…삶의 열정 되찾았다"
[청년다다름사업]①빚더미 탓 왕래 끊기도…"청년재단 덕분에 수급자 벗어날 듯"
- 박기현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코로나 때문에 삶이 통째로 바뀌었습니다."
청년 자영업자 이세희씨(32·남)가 운영하던 대행사에 걸려 오던 문의 전화는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다. 개업한 카페는 불어나는 적자로 월세조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다달이 나오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차량은 경매로 넘어갔다. 6개월 이상 월세가 밀려 살던 집에서도 쫓겨났다. 급기야 일하던 도중 가게에서 기절해 손님의 신고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씨는 이때 "희망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겨우 다음 임차인을 구해 매장을 간신히 폐업하고 올해 3월쯤에는 파산을 신청해 9월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빚에 대한 면책을 받았다. 억대 빚으로부터는 해방됐지만 우울증에 시달려 타인과 왕래를 그만뒀다.
◇청년 다다름 사업 지원…"잊었던 열정 되살아나"
"어려웠던 이야기를 꺼내놓으려 하니 입이 잘 안 떨어졌어요."
한동안 타인과의 왕래가 없었던 탓도 있었지만 좋지 않은 기억을 다시 꺼내기가 무엇보다 쉽지 않았다. 이씨는 청년재단이 운영하는 '청년 다다름 사업'에 신청해 담당자를 처음 만났을 무렵을 이렇게 회상했다. 기대감보다는 식비라도 지원받아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심정에 신청한 사업이었다.
이씨가 입을 떼면서 변화가 생겨났다. 감춰둔 이야기를 하나둘 꺼내다 보니 이씨는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했다. 청년재단에서 만난 상담사는 이씨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재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씨는 접어뒀던 사업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창고에 있던 먼지 쌓인 집기를 광 내서 집에 가지고 왔다. 빠듯한 재정 상황 속에서도 이씨는 자신감을 가졌다. 차량 대신 '용달'로, 사무실이 집으로 바뀌었지만 괜찮았다. 매년 나가는 네이버 광고비는 청년 다다름 사업에서 지원되는 포인트를 이용하면 됐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사업은 탄력을 받았다. 대형 브랜드와 협업하여 많은 행사를 진행했다. 매주 상담받으며 이씨의 확신은 커갔다. "일이 바빠지면서 자연스레 우울감에서 벗어나자 사업에 대한 의지가 되살아났어요."
◇모의 면접 도움에 '기프트카' 지원받아…"혼자서 분투하지 말길"
이씨 대행사에 행사 문의가 잦아져 일이 늘어난 것은 호재였지만 그만큼 보완해야 할 점도 눈에 띄었다. 가장 큰 문제는 회사 차량이 없어 행사 때마다 용달을 불러야 한다는 점이었다. 의전 행사의 경우 차량 번호를 사전에 등록하는 보안 절차가 있는데 이를 지키기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면책자 신분이라 대출을 통해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는 여건조차 못 됐다.
고심하던 와중 '기프트카 창업지원 사업'을 알게 됐고 지원해 서류심사에 합격하게 됐다. 이씨는 2차 과정에서 PPT 발표를 해야 했다. 청년재단에서는 'PT 코칭 프로그램'을 만들어 최종 발표 일주일 전 이씨가 모의면접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해줬다. 그 덕에 이씨는 전국에서 10명뿐인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씨는 내년쯤에는 기초생활수급자 신분에서 벗어나리라 예측한다. 과거 지인들에게 빌린 돈을 매달 상환해나가고 있고 내년 상반기에 모두 정산하는 것이 목표다. 사정이 나아지면서 사무실도 임대할 계획이다.
이씨는 다른 청년들은 보다 빨리 청년 다다름 사업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씨는 "자신은 늦은 나이에 청년을 위한 사업이 있음을 알게 됐다"며 "과거의 자신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면 청년 다다름 사업에 지원해보라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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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청년재단이 주관하는 '청년 다다름' 사업은 자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과 심층상담을 통해 개인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설계해준다. 특히 개인 밀착형 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사회진입을 할 수 있도록 생활기술과 자기발견, 자립지원 및 삶의 질 향상을 지원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은 '청년 다다름 사업'을 통해 고난 속에서도 '삶의 열정'을 되찾은 이들의 다양한 사연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