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학원 5000명 수용, 150명 이상 사망"…진화위, 첫 진실규명(종합)

"중대한 아동인권 침해…국가·경기도 모두 책임"
김동연 "깊은 사과·위로…책임있는 자세로 지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선감학원 피해자들에게 사과 및 위로를 하고 있다.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남해인 기자 =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선감학원 수용 아동이 5000명이 넘고 사망자도 최소 140~15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당시 선감학원을 운영했던 경기도는 김동연 지사가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며 유가족과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진실화해위는 20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감학원과 관련해 △부랑아 단속 규정의 위헌‧위법성 △단속·수용 과정의 인권침해 △운영 과정의 인권침해 △퇴소 이후 트라우마 등 총체적 삶의 피해 △아동 암매장 유해 확인 등을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선감학원 폐원 40년만에 국가 기관이 처음 내놓은 진실 규명이다.

선감학원은 일제가 태평양전쟁의 전사를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경기 안산시 선감도에 1942년 설립한 시설로 광복 이후 부랑아 등을 강제 연행 및 격리 수용하며 1982년 폐쇄될 때까지 경기도가 운영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선감학원 피해자들에게 사과 및 위로를 하고 있다. ⓒ News1 이승배 기자

◇ 김동연 "깊은 사과와 위로, 책임있는 자세로 지원"

김동연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아 경기도지사로서 깊은 사과와 위로를 표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지사는 △생활지원금 지급 △트라우마 회복 프로그램 운영 및 의료서비스 지원 내실화 △묘역 정비 및 추모공원 설치 △역사박물관 운영 및 사례 발굴 사업 등 추진하며 유가족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어제 선감학원의 유골매장터, 박물관추모비, 과거 건물터를 둘러보면서 비통한 심정 금할 수가 없었다"며 "과거의 일이지만 책임있는 자세로 (피해자와 유가족의) 상처 치유와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 정근식 "국가·경기도 모두 책임…수용자 전원 피해자"

정근식 진화위원장은 선감학원 인권침해에 국가와 경기도 모두 책임이 있고 수용자는 모두 피해자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국가는 권위주의 시기 위법적 정책에 책임이 있으며 경기도는 선감학원을 법률과 조례로 정한 목적에 맞게 운영하지 않았고 심각한 인권침해에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용자는 전원 피해자로 인정된다"며 "관련 기관은 유족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실화해위는 9월26일부터 30일까지 안산시 선감동 매장지의 봉분 5기를 시범 발굴한 결과 5기 모두에서 유해의 일부인 치아 68개와 유품인 단추 6개를 발굴했다. 이로 미뤄 이 일대 140~150개 봉분에도 유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시굴에 참여한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는 "2017년 지표투과탐사레이더(GPR) 조사 결과와 이번 시굴을 종합하면 140~150기 가운데 일반인 묘는 10기 이하로 보인다"며 "봉분마다 유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정근식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News1 이승배 기자

◇ 수용 아동 5000여명…피해자 50% 극단선택 시도 경험

진실화해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폐원할 때까지 선감학원 수용 아동이 5000명을 넘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4689건의 원아대장 중 입퇴소 연도 및 생년이 확인된 4674건을 분석한 결과 수용자 중 7~12세(41.9%)와 13~17세(47.8%)가 가장 많았다. 본적지 기준으로는 경기도가 30.1%로 가장 많았고 서울(10.8%), 전남(8.2%), 충남(7.6%) 순이었다.

퇴소 사유 가운데 탈출이 824명으로 17.8%에 달했다. 굶주림과 폭력, 강제노동에 시달리던 원생 다수가 탈출을 시도했지만 선감도 주변 물살이 세고 수심이 깊어 상당수가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감학원에 강제수용됐던 피해자들은 퇴소 후 현재까지 재희생자화(re-victimization), 정신질환, 인지기능 저하, 스트레스에 대한 비적응적 반응, 신체적 장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감학원 아동인권 침해사건 신청인 중 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51%가 극단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으며 불면증(35%), 악몽(30%), 신체적 통증(21%)을 겪는다고 답했다.

choh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