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휴진 의사들, 무엇을 요구하고 있나?
의료영리화 정책 반대·건보제도 개혁 통한 수가 인상
전공의 살인적 수련 환경·동네의원 고사 위기감 배경
- 고현석 기자
(서울=뉴스1) 고현석 기자 =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 병원에 설치된 TV에서 집단 휴진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figure>10일 집단휴진에 나선 의사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크게 '원격진료·의료영리화 정책 철회'와 '잘못된 건강보험 의료제도 개혁'이다.
무위로 끝났지만 지난 두 달 동안 의료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구성된 의-정 협의체인 의료발전협의회의 주요 아젠다도 이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지난 9일 집단휴진 관련 긴급기자회견에서 "의료영리화 정책은 편법을 동원한 영리병원의 허용이며 환자를 위한 진료를 하지 않고 투자자를 위한 진료를 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노 회장은 "투자자를 위한 진료는 과잉진료를 낳고 환자를 위험에 빠뜨린다"며 "악법을 막아내는 것이 의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원격진료에 대해서는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단 한 번의 시범사업도 없었다"며 "정부는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이는 국민이 실험대상이 돼도 괜찮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의료전달체계가 더욱 왜곡되고 원격진료전문병원의 등장으로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이 몰락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다른 요구사항인 건강보험 의료제도 개혁은 가장 민감한 문제인 건강보험수가와 직결돼 있다.
노 회장은 "정부는 의사들에게 낮은 보험수가만 지급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비급여 진료를 통해 받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면서 "부족한 수입을 메꾸기 위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 의료장비 도입이나 병실료 차액, 지정지료제 등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하지만 이 문제는 수가가 오르면 건강보험료도 인상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받아들이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지난달 18일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가 공동발표한 '의료발전협의회 합의문'도 의협이 원격의료를 양보하고 보험수가 인상을 받아낸 결과물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의협이 건강보험 제도의 개혁을 통해 진짜 얻고 싶은 것은 수가 인상이라는 시각이다.
회원의 주축이 개원의인 의협이 가장 절실한 것은 동네의원을 운영하는 회원들의 불만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집단휴진 직전 결정적으로 힘을 실어준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은 여기에 주당 100시간이 넘는 '살인적' 수련환경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9일 성명을 통해 "정부의 독단적이고 강압적인 정책은 국민 건강을 위한 의사들의 노력에 대한 배반"이라며 "국가는 올바른 보건의료 체계 정착을 위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휴진 동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배경에는 과로에 시달리는 전공의의 한숨이 자리하고 있다.
노 회장도 "전공의의 절반 이상이 주 100시간 이상 근무하고 교통사고로 인한 중증환자의 생존확률이 일본의 3분의 1, 미국의 7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이유 등이 잘못된 건보제도와 의료제도로 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밥그릇 챙기기'이라는 일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의사협회는 이번 집단휴진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을 거둬달라고 정부를 향해 벌이는 싸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pontifex@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