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공약 축소, 왜 불가피한가?

세수 부족, 세출 구조조정 한계
3대 복지공약 재원만 79조 넘을 듯
공약 축소 사과, 최소한 증세 이해 구해야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어르신들이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3.9.2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figure>'복지=증세'.

이 단순한 공약을 애써 외면하려 했던 박근혜정부가 결국 한계치에 다다르며 여기저기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대선 기간 복지 관련 이슈를 선점, 증세없는 장미빗 복지 구호로 집권에 성공한 박 대통령이었지만 취임 6개월이 지난 지금 복지 공약은 줄줄이 축소되며 '공약 파기'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구체적 재원 계획 마련없이 예산 절감, 세제 개편, 복지행정 개혁 등을 통해 증세없이 135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하겠다며 선심성 복지 공약을 쏟아낸 탓이다.

정부는 세수 증대를 통해 약 51조원, 정부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약 84조원을 조달, 5년간 필요한 135조의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수 증대 51조원 가운데 비과세 감면 축소를 통해 조달하는 것으로 돼 있던 18조원은 지난달 세제 개편안 파동에서 보듯이 벽에 부딪힌 상태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과세 기반 확대와 정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84조원 재원 조달도 험로가 예상된다.

차명재산 은닉, 부의 편법 대물림, 탈세, 고리 사채업 등의 지하경제 규모는 200조~3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갈수록 고도화·음성화되며 과세 성과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무리한 세출 구조조정에 따른 후유증도 벌써부터 우려되고 있다.

내년 복지 예산은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지만 세수는 크게 부족한 상태다.

그러나 4대 중증질환 치료비 100% 국가 보장, 모든 65세 이상 노인에게 20만원(기초연금) 무조건 지급, 무상보육 등 박근혜정부의 복지 공약에 들어갈 재원은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박근혜정부는 주요 52개 복지공약에 약 79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3대 복지공약에만 집권기간 79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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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암·심장·뇌혈관 질환, 희귀난치병 등 4대 중증 질환 치료비 100% 국가 보장 공약은 결국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등 3대 비급여가 제외되며 생색내기란 비난을 사고 있지만 오는 10월부터 2017년까지 9조원의 재정이 들어간다.

복지부는 4조6000억원의 건보 적립금과 재정의 효율적 집행을 통해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이를 위해선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보장 수준이 축소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준비안된 무상보육 공약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원문제로 갈등을 겪으며 올스톱될 위기에 처했다.

또 무상보육 재원 문제는 정부와 자치단체, 여당과 야당 등으로 갈려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무상보육을 위해 지자체는 올해 국비 약 3조5000억원에 대응해 매칭펀드식으로 3조5000억원을 편성해야 하지만 실제 편성한 것은 2조5000억원에 불과,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약 2조원 가량이 부족하게 책정됐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지자체의 무상보육 예산은 바닥이 난 상태로 서울시가 최근 정부와 파상 공세를 벌이며 싸우다 결국 2000억원의 빚을 내기로 했다.

기초연금도 감당하기 어려운 숙제다.

지난해 65세 이상 소득하위 노인 70%인 393만명에게 지급된 기초노령연금은 3조9725억원.

630만명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할 경우 필요한 연간 재정은 15조원이 넘는다. 노인수를 고정시켜도 4년간 필요재원은 60조원을 훌쩍 넘지만 노인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결국 '모든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 월 20만원 무조건 지급 공약'은 결국 소득 하위 70%, 소득과 국민연금 수령액에 따라 최대 20만원 차등 지급, 조세 부담 원칙 등의 정부안으로 대폭 축소돼 오는 26일 발표될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복지 공약 이행의 주무 장관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취임 6개월만에 스스로 공약 불이행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진 장관은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의 벽에 막혀 결국 백기를 들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금 부담율과 복지지출 규모가 선진국의 비해 훨씬 낮은 우리나라는 복지를 늘릴 필요도 있고 증세 여지도 분명히 있다.

정부는 지키지 못하고 축소된 공약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사과하고, 취약한 복지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최소한의 증세는 불가피하다는 데 대한 국민적 이해를 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senajy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