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포트홀·산사태…태풍·호우 지나가도 '삼종세트' 조심해야

빗물 스며 토양 쓸어내…지하 매설 주변 위험 높아
"발생 미리 알아내기 어렵고 비 그쳐도 안심 못해"

야자수매트를 덮은 제주공항 입구 교차로의 싱크홀에 셔틀버스 바퀴가 빠져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 제공) 2023.8.18/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여기가 싱크홀이에요?"

18일 오후 제주공항 입구 교차로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 시민이 되물었다. 이날 오전 렌터카 업체의 셔틀버스 왼쪽 앞바퀴가 푹 빠진 곳이다. 사고가 나자 당국은 자갈로 바닥을 메우는 임시조치를 한 뒤 야자수매트를 덮었다.

태풍과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진 탓인지 전국에서 싱크홀이 발견되고 있다. 싱크홀은 미리 알아내기 어려운 데다 크기도 제각각이라 차나 사람이 빠지는 등 큰 피해를 부를 수 있다.

특히 빗물로 인한 지반 약화는 싱크홀뿐 아니라 도로가 파이는 포트홀과 산사태까지 야기하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싱크홀로 인명 피해…이틀에 한 번 지반침하

싱크홀은 땅 속으로 물이 스며들어 흐를 때 주변 토양을 함께 쓸어가 생기는 땅꺼짐 현상이다. 땅 속 흙은 유실됐는데 하중이 계속 가해질 때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에 예기치 않은 피해로 이어지기 쉽다.

13일에는 경기 안산의 인도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60대 여성이 경상을 입었다. 여성은 구멍에 빠졌으나 양팔로 보도블록을 잡고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8일에는 폭우로 발생한 싱크홀 때문에 서울 관악구의 반지하 주택이 빠르게 침수돼 3명이 사망했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한번 공사를 한 땅은 몇백 년간 오래 다져진 땅보다 다짐이 약하다"며 "잘 다지지 않은 지하 매설물 주변 흙이 빗물과 함께 떠내려가면 싱크홀이 발생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20일부터 올해 8월19일까지 발생한 지반침하사고는 164건으로 이틀에 하나꼴이다.

서울 종로 버스전용차로의 포트홀에 빗물이 고여 있다. 2020.8.5/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 포트홀·산사태…비 그쳐도 안심 못해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후폭풍은 땅 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도로가 파이는 포트홀이 대표적이다.

도로에 빗물이 들어가면 수압 때문에 팽창하는데 그 위로 자동차나 사람이 지나가며 하중을 줄 때 포트홀이 생긴다.

1월부터 7월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포트홀은 1만4528개인데 특히 폭우가 집중됐던 7월에만 3640개로 가장 많았다.

영등포 버스전용차로에서 대형 버스의 바퀴가 들어갈 정도로 큰 포트홀이 발생한 것도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7월23일이었다.

산사태도 안심할 수 없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비가 그친 후에도 흙은 1~2주 물을 머금기 때문에 비가 그쳤다고 그날로 산사태 위험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사전 점검과 꼼꼼한 땅 다짐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 교수는 "지금처럼 기후변화로 강우량이 많아지면 싱크홀이 더 많아진다"며 "지하매설물 주변을 잘 다지고 검사를 자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매년 시내 도로 전 구간을 최대한 조사하고 관로 매설 구간을 집중적으로 살피는 등 조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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