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받던 방재실이 1층에…국내 최대 '쿠팡 물류센터' 가보니

남화영 소방청장, 취임 후 첫 일정으로 대구 쿠팡 찾아
소방시설 법정기준 크게 상회…"안전문제엔 과잉 대응"

남화영 소방청장이 10일 대구 쿠팡 물류센터 내부 소방안전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2023.05.11/뉴스1 @News1

(대구=뉴스1) 정연주 기자 = 남화영 소방청장이 지난 10일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쿠팡 대구3물류센터를 찾았다. 쿠팡 대구3물류센터는 축구장 46개 넓이에 달해 단일 창고 기준 국내 최대 규모다.

물류센터는 화재 시 높은 층고와 가연성 물품 때문에 대형 인명·재산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12일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물류창고 화재 발생은 총 7126건이며 사망 66명, 부상 23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재산피해는 1조77억원에 달한다.

쿠팡 대구3물류센터는 2021년 완공된 최신 시설로 경보 설비와 피난 설비 등 모든 소방안전시설이 법정 기준을 초과했다. 수원량은 법정 기준의 16배를 넘어서며, 스프링클러는 통상 수준의 2배인 1분에 160리터의 소화수를 뿌리도록 설정됐다.

지난 10일 오후 방문한 센터 내부엔 녹색 펜스 안에서 움직이는 수십 개의 무인 지게차·운반로봇과 펜스 밖의 10명이 채 안 돼 보이는 작업자들로 조용하고 쾌적했다. 화재 요인을 최소화한 단순한 환경에 녹색과 붉은색으로 입체화해 시인성을 높인 비상구와 소화전이 눈에 띄었다.

어느 곳에서든 피난 계단까지 4분 내에 도달할 수 있도록 훈련도 병행하고 있었다. 특히 통상 지하에 위치한 방재실이 접근이 편한 1층에 위치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방재실에는 유사시 소방대원들이 바로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도록 도로변 인근에 출입문 또한 마련돼 있었다.

남화영 청장은 "방재실이 보통 지하에 있어 화재 발생 시 접근이 어려워 대응도 늦어진다. 정말 잘한 결정"이라며 격려했다. 그러면서 상수도라인 증설 필요성과 안전관리 부문 위탁 관리에 따른 사각지대 관리 또한 당부했다.

이에 라이언 브라운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는 "미국 아마존 건물과는 구조가 달라 비교하기 어렵지만 대구센터는 최고의 소방안전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인명 안전과 자산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브라운 대표는 글로벌 기업인 아마존과 GE에서 근무한 환경보건안전 전문가다.

남화영 소방청장이 10일 대구 쿠팡물류센터 방재실을 살펴보고 있다. 2023.05.10/뉴스1 @News1

윤석열 정부 1주년을 맞아 소방청 역시 일대 혁신에 돌입했다. 내부 인사 체계를 개편하는 한편 소방서비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소방서와 관할 센터를 늘렸다. 최근 한국타이어 화재에서 활약한 대용량 방사포 등 설비 투자 또한 확대했다.

자연 재난은 물론 인파사고 등 겪어보지 않은 사회 재난이 발생하면서 소방청의 역할이 긴요해진 만큼 현장 인력 확충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현재 전국 소방서는 235개, 센터는 1118개다. 소방 공무원은 6만7000여명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총 2만명이 충원됐으나 3교대 시스템을 고려하면 실질적이 증원 효과는 줄어든다. 지난 5년 동안 소방서와 센터는 약 10% 늘었으며, 지난해에만 소방서가 5개 증가했다.

남 청장은 취임사에서 신속·최대·최고 대응을 강조한 바 있다. 남 청장은 "(소방 안전 문제는) 과잉으로 대응하는 것이 맞다"며 현장 인력 강화 등 내부 시스템 개선에 대한 의지 또한 피력했다.

jy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