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동물병원 응급실, 국제 인증 쾌거…위풍당당 수의사[펫피플]

[인터뷰]한현정 수의대 응급중환자의학과 교수
미국 수의응급중환자의학회서 레벨2 인증 획득

한현정 건국대학교 동물병원 교수가 17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동물병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 전 수의사들과 진료를 보고 있다. 2024.10.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황기선 기자 = "건국대 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학과의 규모와 시설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규모인지 공식적으로 평가를 받아보고 싶었습니다. 혹시나 탈락해도 뭐가 부족한지 알 수 있고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으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인증에 도전했습니다."

한현정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응급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수의응급중환자의학회(Veterinary Emergency&Critical Care Society, VECCS) 인증에 도전한 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건국대 부속 동물병원은 지난 1일 미국 수의응급중환자의학회로부터 동물병원 응급실 시설 레벨2 인증을 획득했다. 대학 부속 동물병원으로는 아시아 최초라는 기록도 세웠다.

한현정 건국대학교 동물병원 교수가 17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학과에서 뉴스1과 인터뷰 전 수의사들과 진료를 보고 있다. 2024.10.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지난 18일 VECCS 인증을 주도한 한현정 교수를 만나기 위해 건국대학교 동물병원을 찾았다. 인터뷰에 앞서 한 교수는 응급중환자의학과 수의사들과 전날 앰뷸런스로 이송해 온 응급환자(환견)를 집중 관리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어제 고양시에서 이송된 반려견입니다. 긴박한 상황에서 빨리 환자를 이송해야 하는데 오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이런 응급환자들을 위해 산소 공급부터 모니터링과 응급처치가 가능한 앰뷸런스에 저희 수의사가 동행해서 이송해 옵니다."

응급환자의 이송 과정부터 응급실에서 이뤄지는 치료 및 모니터링 과정을 설명하는 한 교수의 표정에서 건국대 동물병원 응급실이 가진 역량과 자부심이 엿보였다.

16일 동물병원에 앰뷸런스로 이송된 반려견과 의료진들의 모습. 건국대 동물병원은 의료기기가 설치된 앰뷸런스에 수의사가 함께 동행해 헌혈동물 및 응급환자 이송을 하고 있다. (건국대 동물병원 제공) ⓒ 뉴스1

건국대에 따르면 수의응급중환자의학회는 수의 응급 및 중환자 치료의 수준을 높이고, 이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응급 상황에서 동물들에게 더 나은 치료도 제공한다. 동물병원에서 응급 환자 및 중환자 치료 표준을 향상하기 위해 평가 및 인증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VECCS의 인증은 운영 시간, 장비, 인력, 건축 기준, 기반 시설, 물품, 의료 기록 및 자원 등을 토대로 서류 평가로 진행된다. 기준을 충족하는 기관에 대해 총 3단계로 인증을 부여한다.

한현정 건국대학교 동물병원 교수가 17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동물병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 전 의료 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혈액투석기부터 제세동기, 고효량 산소치료기 등 응급실에 필요한 장비들을 보유하고 있다. 2024.10.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건국대 동물병원이 획득한 레벨2 인증은 미국 외 지역 동물병원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인증이다. 미국 수의응급중환자의학회의 레벨1 인증은 현실적으로 전문의 제도가 있는 미국에서만 가능하다.

수의응급중환자의학회의 인증 기준에 따르면 레벨2 역시 아시아권에 있는 모든 동물병원에서 받을 수 없다. 아직 아시아권에 있는 수의대학에는 전문의 제도가 마련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건국대 동물병원이 레벨2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내용이기도 하다.

한 교수는 이번 인증을 받기 위한 과정에서 전문의 제도가 없더라도 응급중환자의학을 전공하는 훌륭한 인력들이 있다는 점을 적극 어필했다.

"전문의 제도는 아직 없지만 수의응급중환자의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학과와 교수가 별도로 있고, 그에 따라 응급실도 프로페셔널하게 운영하고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를 들어 얘기했습니다. 그게 받아들여져 레벨2를 받을 수 있었던 거죠."

건국대 수의과대학 응급중환자의학과는 지난 9월 VECCS가 매년 개최하는 국제 심포지엄 'IVECCS 2024'에서 논문을 6개 발표할 정도로 학술 가치도 인정받았다.

"워낙 큰 학회라 발표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발표 신청을 해도 국내의 연구나 진료가 국제적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 탈락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이렇게 발표를 많이 한 것을 보면서 우리가 비등한 수준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죠."

한현정 건국대학교 동물병원 교수가 17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동물병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0.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건국대학교 동물병원이 국제적으로 시설과 인력면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은 국내 동물 의료서비스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사람이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가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강아지, 고양이가 교통사고가 나거나 갑자기 호흡곤란이 오거나 독극물에 중독되는 등 생명이 오가는 응급 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곳은 365일 응급중환자의학 교수와 교수 산하 의료진들이 상시 대기 중이다. 응급실에 꼭 필요한 장비부터 최첨단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다.

특히 한번에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환자를 수용해 관리한다.

한 교수는 "응급환자는 잠깐의 방심으로도 잘못될 수 있기 때문에 최소 2~3명이 한 환자에 붙어있을 수 있게 시설과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며 "건국대 동물병원 응급실은 상대적으로 많은 의료진이 붙어 집중 치료를 제공하는 게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국대 동물병원이 수의학 발전에 기여하는 사회공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학과의 이 같은 행보는 국내에서 나아가 아시아 동물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선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에 전문의 제도가 마련되는 대로 레벨1 인증까지 취득할 예정이다.

응급중환자의학과를 이끄는 한 교수의 계획은 뭘까. 단순하면서도 짧은 그의 답변에서 응급 동물환자를 향한 진심이 묻어났다.

"응급실은 하루하루가 '오늘 뭘 했지?' 아무 생각도 안 날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거든요. 그래서 목표라면 다른 게 없어요.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최대한 잘 운영해서 '하루하루 사고 없이 많이 살리자'가 목표입니다." [해피펫]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