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노숙인에 15년 인술펼친 신완식 前병원장…"쪽방촌 의료봉사는 운명"
'감염내과 최고 권위자' 교수 정년 6년 남기고 명예퇴직 후 봉사길
- 이승아 기자, 구경진 인턴기자
"한쪽 발만 담그려고 했는데, 두 발이 다 빠져서 허우적대던 15년 간이라고 볼 수 있죠. 우연 같은 필연이었을까요. 운명이고 사주팔자였던 것 같기도 해요"
(서울=뉴스1) 이승아 기자 구경진 인턴기자 = 영등포 쪽방촌 골목에 위치한 요셉의원은 노숙인이나 가난한 사람들이 찾는 병원이다. 요셉의원은 '가난한 환자들에게 최선의 무료 진료'를 사명으로 1987년 문을 열었다. 신완식 전 원장은 2009년부터 2023년까지 15년간 이곳에서 원장으로 일했다. 원장직을 내려놓은 뒤에도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병원에 나와 의료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교수를 계속하는 것보다 어떤 기회가 주어진다면 조금 일찍 조기 퇴직을 해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신 원장은 요셉의원에 오기 전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러던 중 요셉의원을 설립한 선우경식 전 원장이 선종하면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봉사가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신 전 원장은 처음 요셉의원에서 진료를 시작했을 때를 회상하며 "'선우경식 선생님은 알겠는데 신완식이는 모르겠다'는 환자도 있었고, 선우경식 선생님이 주신 약을 먹고 여태까지 잘 살아왔으니까 (처방을)하나도 바꾸지 말고 그대로 달라고 해서 당황한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얘기를 하려고 해도 갑옷을 입은 것처럼 아주 단단해서 대답도 잘 안 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은 '전인적 치료'로 서서히 열렸다. 그는 "환자들하고 계속 소통하면서 손도 잡아주고 어깨도 두들겨주고, 환자의 입장에서 얘기를 해주니까 울컥하면서 '나를 이렇게 대접해 주는 곳도 있구나'하고 자존감이 생기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치료받던 환자들이 번 돈을 기부하기도 한다"며 "편지에 '치료를 잘 받아서 그 덕에 사회에 복귀하게 됐습니다. 버는 돈이 있는데 저희들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써주세요' 이렇게 써서 주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신 전 원장은 요셉의원에 봉사하러오는 의대생들에게 "왜 의사가 되려고 했는지,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 등을 묻는다며 "얼마나 사람들한테 정을 베풀고, 어떤 사랑을 주고 살았는지가 (물질적인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eunga.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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