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총파업시 출퇴근 '교통 대란'…노동계 '겨울투쟁' 살얼음판 예고

총파업 예고한 철도·지하철…화물연대도 정치권 압박
대구·포항·거제 등 곳곳 파업 조짐…시민사회로 번질 우려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옆 인도에서 열린 9호선 안전인력 충원·서해선 외주화 중단·용인경전철 역사 무인화 저지 공공운수노조 민자철도 3사 노조 연합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2024.11.2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시민의 발' 철도와 지하철이 내달 총파업을 예고한 데다 물류·배달업계 및 학교 현장, 철강·조선업계 등 곳곳에서 파업 조짐이 나타나 올겨울 노동계 투쟁이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철도노조와 서울교통공사노조, 서울메트로9호선노조는 지난주 '준법 투쟁'에 돌입했다. 준법 투쟁이란 관행적인 정시 운행 대신 정차 시간과 안전 규정을 준수하면서 규정 외 작업을 거부하는 단체행동이다. 이에 따라 서울 지하철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혼잡한 상황을 빚고 있다.

이들은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정상화,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수차례 노사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교착 상태가 지속될 경우 철도노조와 서울메트로9호선노조는 내달 5일, 서울교통공사노조는 내달 6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각각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이들이 동시 파업할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출퇴근 교통 대란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화물연대도 본격적으로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지난 1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동시 삭발식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유상운송보험 의무화를 요구하는 라이더유니온과 공동투쟁대회를 열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재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법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화물노동자의 최저운임을 보장하는 제도로, 3년 시한으로 도입됐다가 2022년 말 폐지됐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인 2022년 11월 화물연대가 총파업하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며 강경 대응했다. 이후 숨을 죽이며 잠잠하게 활동해 왔던 화물연대는 지난 4·10 총선으로 여소야대가 된 국회를 겨냥해 다시 법안 상정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안전운임제 관련 법안들은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소위에 4개월 가까이 계류돼 있다.

대구에서는 학교 급식노동자들이 지난주 단체 파업에 돌입해 일부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고교에서 급식과 돌봄교육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와 대구학비연대회의는 기본급 인상과 강사직종 무기계약직 전환, 당직경비원 주 1회 유급휴일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구교육청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포항에서는 현대제철 2공장 폐쇄에 반발해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했다. 민주노총 포항지부와 전국금속노조 현대제철지회 등은 지난 15일 "포항 2공장 폐쇄는 비용 축소와 수익 극대화란 기업 논리만 앞세운 위장 폐쇄"라고 비판하며 포항 공장 노동자들이 모두 상경 투쟁을 하고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거제에서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 및 중대재해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 중이다. 이들은 또 2022년 거제조선소 파업으로 한화오션 측이 노조 집행부에 제기한 470억 원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취하를 요구하고 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 소환조사 출석에 앞서 조합원 등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2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특히 민주노총은 지난 9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 11명이 현행범 체포된 것을 계기로 결집하고 있다. 경찰은 폭력 시위자로 인해 100명이 넘는 경찰관이 다치는 등 피해를 봤고 절차에 따라 연행했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노총은 '경찰이 충분한 집회 장소를 허가하지 않아 다툼을 유발했다'고 주장한다.

집시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고발돼 지난 22일 경찰 소환 조사를 받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완전히 무장한 경찰이 대오에 침투해 노조원들을 가로막아 집회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말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25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투세 폐지 등 세법 개정에 반대하며 '부자 감세' 대신 복지·민생 안정 예산 강화를 정부에 요구할 예정이다. 정기국회 막바지에 이를수록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둘러싸고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노동계의 겨울 투쟁 불길이 시민사회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도심에서는 지난 한 달간 주말마다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과 각 지역 대학가에서는 교수와 연구진 등 3000여 명이 시국선언에 참여하며 정권 규탄에 동참한 상황이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