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사업장 자율 점검 예산 40% 넘게 삭감
직장 내 성희롱 예방·육아 휴직 등 저출생 제도 관련 자율 점검 항목도 삭제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고용노동부가 작업 현장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기초노동 질서 자율점검 지원 사업에 대한 예산을 지난해 대비 40% 넘게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규모 사업장의 법 준수를 돕는 자율진단표 점검 항목도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
24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해당 사업에 대한 예산을 24억2100만 원으로 유지했으나, 올해는 13억 7500만 원으로 대폭 삭감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43.2% 줄어든 수준이다.
기초노동 질서 자율점검 사업은 사업장이 스스로 노동법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근로 조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고용노동부의 자율진단표 항목에 따라 공인노무사 등 전문가가 취약 부분에 대한 상담을 진행해 소규모 사업장의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예산뿐만 아니라 자율진단표의 점검 항목도 올해 들어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계약서 및 임금 명세서 서면 교부,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여부 등이 추가되며 2023년 최대 18개까지 항목이 늘어났지만, 올해 들어 항목이 10개로 줄었다고 말했다.
사라진 점검 항목은 △계약서류 보존 △연장근로의 제한 △휴게 △취업규칙의 작성 신고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기간·단시간제 서면 근로계약 △육아휴직 △출산전후휴가 등 총 8개다.
특히 육아휴직과 출산전후휴가 점검 항목은 2023년까지 점검표에 있었으나 올해 갑자기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저출생 현상을 국가 위기로 규정, 각종 지원책을 추진하는 정부 기조와 정반대되는 모습인 셈이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육아휴직 등 관련 제도를 사용하기 어려운 현실도 지적됐다. 직장갑질119가 올해 2월 2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에 다니는 직장인 10명 중 6명(61.6%)은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300인 이상의 대기업 종사자는 10명 중 3명(33.5%)만이 육아 휴직 사용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성희롱 예방 교육 여부 점검 항목도 올해부터 점검표에서 사라졌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은 연 1회 이상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직장갑질119가 올해 5월 31일부터 6월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그 비율이 10명 중 7명(70%)에 달했다.
김서룡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근로조건 자율 개선 사업은 법제도 인지에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조건을 감독하고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며 "노동 약자를 위한다는 정부가 되려 예산을 깎고 점검 항목도 축소하며 소규모 사업장의 개선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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