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청소노동자 '한 끼 2700원'…"대학이 눈치보다 협상 늦어져"

노동자 "타 대학보다 먼저 올리기 싫어서 눈치"
대학은 재정 부담 호소…"등록금 10년 넘게 동결"

23일 오후 서울 소재 한 대학교에 대학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홍보물이 게시됐다. 2024.09.23/뉴스1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추세를 본다는 말로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거죠."

서강대학교 청소 노동자로 일하는 A 씨는 몇 달째 지지부진한 임금 교섭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사용자인 대학과 용역업체가 다른 곳보다 먼저 시급과 식대를 올리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2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동덕여대·이화여대·홍익대 3개 대학이 임금 협약에 성공했다. 교섭을 시작한 지 9개월 만이다. 이들은 시급 270원·식대 월 2만원 인상에 합의했다. 다른 대학은 여전히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교섭이 길어지는 이유를 두고 노동자와 사용자의 목소리가 엇갈린다. 노동자는 물가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임금만 그대로인데 대학이 소극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용자는 등록금이 10년 넘게 동결된 상황에서 섣불리 임금 인상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동자 "예산 없는 게 아니라 책임 미루는 것"

지난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만난 청소 노동자 B 씨는 5년째 한 달에 식대 12만 원과 교통비 3만 원을 받는다고 했다. B 씨는 "(수당은) 거의 안 오른다고 보면 된다"며 "조금만 올라도 큰 도움이 될 텐데 회사가 결정을 내려야 하지 않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노동계에 따르면 대학 노동자 식대는 한 끼에 2700월꼴이다. 한 달(4주) 동안 주말을 제외하고 나머지 22일에 일하며 아침과 점심, 두 끼를 먹는다는 가정이다.

또 다른 청소 노동자 C 씨(69)는 이날 오전 11시 20분쯤 휴게실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천장 높이가 낮아서 고개를 숙여야 하는 밥상에는 밥과 반찬통에 담긴 김치와 멸치볶음, 두 가지가 올랐다.

창문 없는 방에서 C 씨는 10분 만에 식사를 마쳤다. C 씨는 "이 나이에 일하게만 해줘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노동자들은 대학에서 예산이 없다는 핑계를 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류한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 공공서비스지부 조직부장은 "대학 중에 인상 자체가 어렵다고 한 곳은 없었다"며 "많은 대학이 '우리가 먼저 합의하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청소노동자들이 18일 서울역 인근에서 '올려라 최저임금, 보장하라 실질임금' 청소노동자 한마당을 열고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5.1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사용자 측 "등록금은 그대로인데…2700원 식비 무리한 구호"

이에 대해 대학과 중간에서 노동자 관리를 맡는 용역업체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입을 모아 오랜 기간 동결된 등록금이 노동자 처우 개선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 직원 D 씨는 "등록금은 계속 동결되고 (학교로) 들어오는 학생 수도 점점 줄어든다"며 "두 가지 모두 팍팍하다 보니 (인상을) 주저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대학 노동자 용역 업무를 맡고 있는 팀장 E 씨는 "등록금은 회사로 치면 매출인데 한정된 예산에서 (임금) 인상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노동자 측이 주장해 온 '한 끼 2700원'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구호라고 지적했다. D 씨는 "청소 노동자의 경우 일찍 출근하긴 하지만 하루 8시간 근무는 다른 직장인과 동일하다"며 "8시간 동안 2끼 먹는 직종이 어디 있냐"고 항변했다.

archi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