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부터 명절선물까지…하청 노동자 정당한 대우 못받아"

직장인 83.9% "원청과 격차 심각"…다단계 하청 규제 의견 83.2%
임금‧근로조건 격차 '정부 책임' 43.8%, '기업 책임' 26.4%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단계 하청 인식'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5.4%는 '한국사회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정당한 처우를 받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2024.09.21/뉴스(직장갑질119 제공)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 "저는 하청회사 사원이고 우리 부서 담당자는 원청회사 정직원입니다. 욕은 안 하지만 업무적으로 교묘한 괴롭힘이 이어져 정신과에서 약을 먹기 시작한 지 벌써 몇 달이나 되었습니다. 저희 회사 인사과장과 면담했지만, 원청사 사람을 하청사에서 컨트롤할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제가 죽든가 퇴사하든가 둘 중 하나같은데 미치겠습니다."

지난달 직장갑질119로 제보된 갑질 사례다. 실제로 직장인 10명 중 8명 이상은 하청 노동자들이 정당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22일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8월 1~9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단계 하청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4%는 '한국 사회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정당한 처우를 받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원청과 하청회사 간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가 심각하다는 응답은 83.9%, 원청회사의 갑질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83.1%에 달했다.

직장인들에게 원청회사 노동자 대비 하청회사 노동자 처우와 관련한 불이익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실이 있는지 질문한 결과 '임금, 휴가, 명절 선물, 복지시설 이용 등에 대한 차별'이 3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채용, 휴가, 징계, 해고 등 인사개입'(27.4%), '하청노동자 업무수행 직접 지휘 감독, 위험 업무 전가 등 업무지휘 감독'(26.4%), '괴롭힘‧성희롱'(20.1%), '노조 활동 개입'(19.9%) 순으로 나타났다.

하청 노동자의 처우 관련 불이익을 경험‧목격한 응답자에게 대응 방식을 물어본 결과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이 49.5%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회사를 그만뒀다'도 24.5%에 달했습니다. 참거나 모르는 척하거나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응답은 노동조합 비조합원들에게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직장인 10명 중 4명(38.6%)은 하청회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결정권이 원청회사에 있다고 답했다. 47.7%는 원청과 하청 양쪽 모두에 결정권이 있다고 봤다. 하청회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결정권이 하청회사에만 있다는 응답은 13.7%에 그쳤다.

근로조건 미승계 관련해 직장인 66.2%는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답했고, 21.4%는 '원청회사가 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봤다. '문제없다'는 응답은 12.4%였다.

원청회사에서 하도급 업무를 1차 업체에 하청을 주고, 1차 업체가 2차, 3차, 4차 업체로 다시 하청을 주는 다단계 하청에 대해선 83.2%가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응답자의 43.8%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에 대한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답했다. 그 외에는 '재벌·대기업'(26.4%), '국회‧정치권'(13.4%)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런 격차가 정규직 노동자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응답은 5.9%, 노동조합 탓이라는 응답은 6.6%에 그쳤다.

특히 직장인 10명 중 6명(59.2%)은 노동조합이 원청회사 갑질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원하청 구조는 하청 노동자들을 낮은 임금과 차별적 처우, 불안정한 고용으로 내모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의 외주화로 이들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에 대해서 원청의 노조법상 사용자 지위를 인정하고 원청도 같이 책임지는 공동 사용자 책임 법리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