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내 신고했더니 책상 없어져"…직장내 괴롭힘 '보복 갑질' 심각

신고 후 해고·부당전보…신고자 10명 중 4명 "불리한 처우 경험"
직장갑질119 "솜방망이 처벌 개선…'불리한 처우' 명확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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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직장인 A 씨는 지난 1월 회사로부터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A 씨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그때부터 업무배제, 폭언, 감시 등 집요한 괴롭힘이 시작됐다. 결국 A 씨는 견디다 못해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신고 이후에도 A 씨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김 씨의 신고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는 그의 사무실 책상을 복도와 창고로 치워버렸다. 이후 회사에 과태료 300만 원 처분이 내려지자 회사는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A 씨를 해고해 버렸다. 사직서 제출 요구를 받은 지 7개월, 괴롭힘 신고 후 3개월 만이다.

A 씨 사례처럼 용기를 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괴롭힘이 이어지거나, 심지어 회사로부터 보복을 당하는 피해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이후 벌어지는 '갑질 보복'에 대한 명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결과, 용기를 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응답자 중 40%는 신고 후 불리한 처우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 1위와 2위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47.1%)와 '향후 인사 등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31.8%)로 드러났다.

이번 설문은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월 14~23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신고자들이 '보복 갑질'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직장갑질119 이메일 상담 내역에서도 확인됐다. 올해 1~8월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괴롭힘 관련 상담 이메일 824건 중 회사에 신고가 된 건은 308건이었다. 이중 신고 후 조치의무위반을 경험했다는 상담이 154건,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경험했다는 상담이 68건에 달했다.

인사권이 있는 상사의 괴롭힘을 신고하자 가해자가 권고사직을 제안한다거나, 신고 이후 갑작스러운 인사 개편으로 강등·해고를 당했다는 상담 사례가 이어졌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 결과를 살펴보면 법 시행 이후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중 검찰송치 비율은 1.8% 수준에 그쳤다.

또 근로기준법상 '불리한 처우'가 발생한 경우 시정 기간을 '14일 이내'로 두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직장갑질119는 "추후 시정만 하면 이미 불리한 처우를 행한 사용자를 사실상 봐주겠다는 의미"라며 "'미시정 시 범죄인지'가 아니라, 즉시 범죄인지 후 미시정 시 가중 처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과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 등에 다양한 불리한 처우의 유형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장재원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신고 후 불이익에 대한 기소 사례가 적고, 간혹 기소되더라도 그 처벌 수위가 낮다"며 "일부는 문제가 생겨도 손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심어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의 '불리한 처우'의 유형을 최소한 남녀고용평등법 수준으로 구체화하고, 보다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엄중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