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뜯어고친다…'장기 근속 실직 더 주고, 반복적 수급은 감액'

작년 실업급여 수급기간 중 재취업률 28.0% 불과
"제도 취지 맞게 작동하는지 의문"…고용부, 개선 착수

여야가 실업급여 하한액 폐지·조정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로 시민들이 들어서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현재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구직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부정수급에 대한 특별점검을 늘리기로 했다. 2023.7.1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당정의 실업급여 개편 논의에 발맞춰 고용노동부가 개선안 마련에 착수한다.

오래 일했던 사람에게 더 주고, 반복적으로 받는 사람에게는 보장성을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지적한 최저임금과 연동되는 실업급여 하한액 조정·폐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실업급여 수급기간 중 재취업률 28.0% 불과 "제도 취지 맞게 작동하는지 의문"

25일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실업급여 수급기간 중 재취업률은 28.0%로, 2013년 33.9%와 비교해 5.9%p 하락했다. 반면 지난 13년간 실업급여 수급자와 지급액은 급등했다. 2021년 기준 수급자는 178만명으로 2009년 127만명 대비 51만명 늘었다. 2021년 기준 실업급여 급여액은 12조625억원으로 2009년 3조5990억원보다 3배 이상 뛰었다.

지난해 말 기준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6조3000억원이다. 문제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온 예수금 10조3000억원을 제외한 실제 적립금은 -3조9000억원이라는 점이다.

고용부는 이 같은 통계를 근거로, 현행 제도가 실직자의 구직 동기 부여라는 본래 취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실업급여 하한액이 근로자 이전소득 실수령액을 넘어선 것도 제도 개편 필요성의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근로를 통한 월 소득액보다 실업급여로 수령하는 혜택이 더 많은 상황에서 실직자의 구직 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최저 월 실업급여 하한액은 184만7040원으로 최저임금 근로자 세후 월 근로소득 179만9800원보다 4만7240원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 73.1%가 이 같은 하한액 적용을 받았는데, 특히 그중 38.1%(전체 수급자의 27.9%)는 실직 이전 세후 월 근로소득보다 높은 실업급여액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보험법상 실업급여는 기본적으로 '평균임금의 60%'를 기준으로 책정한다. 평균임금은 실직 전 3개월 동안 받은 총급여를 그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이다. 다만 이렇게 해서 나온 금액이 일정 기준 이하일 때는 '최저임금의 80%'를 기준으로 책정하게 된다. 이를 하한액이라고 한다.

전날 '실업급여 제도 개선 관련 설명회'를 진행한 김성호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이번 개선안의 목적은 제도가 목적한 대로 제대로 작동하느냐, 하지 않느냐 이런 부분을 면밀히 살펴 취지에 맞게 제도를 설계해 나가는 데 있다"면서 "최근 불거진 '실업급여'와 관련한 각종 논란이 있는 문제들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다"라고 제도 개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실업급여가 실직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소위 '시럽급여'로 전락했다거나, 실업급여로 '샤넬백'을 사는 여성들이 있다는 논란의 발언들이 직접적인 제도 개편의 배경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7.1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실업급여 어떻게 손볼까…반복수급자 최대 50% 급여액↓, 하한액 조정·폐지 등

고용부는 실업급여와 관련해 현재 당정에서 이뤄지고 있는 논의를 더욱 심화한 뒤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개선안 마련 시점과 관련해 구체적인 일정 시기는 못 박지 않았다.

큰 틀에서 이번 개편은 하한액을 손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당정은 지난 12일 제도 개편 공청회를 마친 뒤 하한액을 낮추거나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일하는 사람이 더 적게 받는 기형적인 현행 실업급여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며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상여금)란 뜻의 '시럽 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참석자들이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당정은 '하한액이 과도하게 높다'는 OECD 자료를 하한액 개편의 근거로 들었다.

해당 보고서에는 '한국의 실업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보다 높은 점이 근로 유인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이를 'OECD 평균선으로 조정할 필요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 사항이 담겨있다.

하한액 폐지와 함께 실업급여 반복수급자에 대한 급여액 삭감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미 제도 개선을 위해 발의한 정부안과, 현재 국회에 발의된 여야 의원들의 안에서도 의견이 일치되는 부분으로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해당 안은 실업급여 반복수급자에 대해서는 최대 50%까지 급여액을 삭감하고, 최대 4주까지 실업급여 신청 대기기간을 연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 밖에 현행 '근로시간'으로 규정된 고용보험 가입기준을 '소득 기준'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취지다.

현재는 월 60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만 고용보험 혜택이 주어지다보니 여러 회사에서 단시간으로 일하는 근로자의 경우 고용보험에서 누락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이들 단시간 근로자들은 실업급여 수급자 기준에도 맞지 않아 혜택을 누리지도 못하지만, 매번 고용보험료는 꼬박꼬박 납부해야 하는 불합리성이 줄곧 지적돼왔다. 사업주 또한 마찬가지다.

이에 고용부는 국세청과의 소득 자료 연계를 통한 시스템 구축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성호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제도 개선 시)국세청 자료에는 포섭이 되지만, 고용부에 신고되지 않은, 소위 말하는 실질적 사각지대라고 하는 부분들은 이 연계를 통해서 많은 부분 발굴할 수 있다"면서 "신고 시 사업주들의 보험사무가 대단히 편리해지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