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해결사' 이기권 장관…노사문제 돌파구 찾나

취임식 "일자리창출·노사정대화 복원" 강조…노동계, 걱정 반 기대 반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 News1

</figure>이기권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업무를 시작했다. 당면한 고용노동 현안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노동계의 관심이 이 장관에게 쏠려 있다.

이 장관은 행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30여 년간 고용정책관, 근로기준국장,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노사정위 상임위원, 차관 등을 두루 거치는 동안 고용노동 전문성과 정무적 감각까지 갖췄다는 호평을 받았다.

노동부 내부에서는 그를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뛰어난 리더십으로 부하직원들에게 귀감이 됐던 만큼 질적 개선이 미흡한 일자리 정책과 꼬였던 노사정 대화 중단 문제, 복잡한 임금체계 등 각종 현안을 해결해 조직 위상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에 차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취임사에 일자리 문제를 첫 번째 역점과제로 꺼내 들었다. 그는 모든 정책을 '일자리 중심'으로 추진하고 간접고용·비정규직 등 열악한 고용여건을 정부가 개선해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장관은 "노동시장에 다양한 고용형태가 넘쳐나는데 전통적인 근로자 개념을 넘어 '일하는 사람'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며 "일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조건과 보호는 노동법적 수단이 아니라도 찾을 수 있고 또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타이밍은 좋다. 이날 최경환 신임 경제부총리가 민생회복을 위해 600만명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보이면서 정치권은 물론 기업들까지 고용여건 개선에 동조하도록 일종의 '밑밥'을 깔아놨기 때문이다.

이 장관이 노사 관계에 능통한 전문 관료출신이어서 노사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 또한 어느 때보다 커졌다. 노동부 내부에선 "과거 대형 노사분규가 터질 때 이기권을 보내면 해결되곤 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노사정 모두 그의 활약을 기대하는 눈치다.

이 장관은 취임사에서 "다차원적인 노사정 대화와 협력이 펼쳐지는 장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임기 동안 산업별로 노사정이 함께 하는 정기적 모임을 운영하는 등 소통의 행정을 통해 노사 간 신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가 노동자보다는 재계 편에 서서 경제부처의 2중대 역할을 해왔다는 노동계의 비판이 적지 않아 기대치를 낮추는 분위기도 감지되지만 대체적으로 그가 '왕년의 해결사'였듯 좀 더 건설적인 노사관계의 변화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지난해 말 철도파업으로 증폭된 노사 문제는 물론 노사정 관계 역시 꼬일대로 꼬여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 속에 신임 장관이 산업별 노사정 정기모임 운영 등을 약속한 만큼 양극화 해소에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통상임금 문제와 근로시간 단축, 이와 밀접하게 맞물린 임금체계 개편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또 연간 10만명에 가까운 산업재해자 수 감소와 산재 사망대책을 위해 어떤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을지도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노동계는 이기권 신임 장관이 고용현안을 어떻게 풀어갈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바라보고 있다. 신임 장관이 임명될 때 마다 기대감이 컸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신뢰가 불신으로 변한 경험을 수차례 겪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취임을 축하할 수 있다면 좋겠으나 안타깝게도 박근혜 정부가 초래한 노정관계에선 그럴 수가 없다"면서 "취임사에 드러난 장관의 인식과 정책방향은 새로울 것이 없고 장관 나름의 의지도 느껴지지 않았으며 박근혜 정부의 통치기조를 답습할 뿐"이라고 혹평했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통해 "장관 취임을 축하하며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에 큰 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한다"며 "일자리 창출, 일자리의 질 향상,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 하겠다는 세 가지 포부를 밝혔는데 임기 동안 목표대로 훌륭히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jep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