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정원 여직원 사건' 성급한 중간 발표에 말바꾸기까지
이광석 수서경찰서장이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국정원 직원 불법 선거운동 혐의사건 관련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News1 송원영 기자
</figure>국가정보원 직원 김모씨(28·여)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비방댓글 작성 의혹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김씨의 컴퓨터 분석 결과 놓고 "댓글을 단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가 돌연 "확답할 수 없다"고 말을 바꾸는 등 충분한 수사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애매한 수사결과를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또 대선 3차 TV토론이 끝난 직후인 16일 밤 11시께 국정원 직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해 여론에 영향을 끼치는 일명 '물타기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밤 "서울지방경찰청 증거분석팀 분석 결과 지난 10월1일에서 12월13일까지 김씨의 컴퓨터에서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돌연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대선 관련 글을 열람한 적은 있지만 작성자가 김씨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광석 수서경찰서장은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팀에 분석의뢰해 인터넷 접속기록과 문서파일을 분석한 결과 혐의와 관련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의 컴퓨터 분석 결과 김씨가 포털사이트 등에서 40여개의 아이디와 대화명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아이디가 김씨 본인 것인지 차명아이디를 사용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김씨의 IP, 휴대전화 등은 수사에서 아예 배제했다.
경찰 관계자는 "IP를 통한 역추적이나 휴대전화 등은 강제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나 현재 범죄 혐의를 소명할 만한 부분이 전혀 없다"며 "보강수사 과정에서 필요하면 김씨를 재소환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김씨의 컴퓨터를 분석하는 데 1주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밝혔지만 김씨로부터 컴퓨터를 임의제출받은 때부터 수사 중간 발표까지 3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들의 관심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하드디스크 조사를 끝내고 수사내용을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팀은 국가정보원의 협조를 받아 김씨가 제출한 컴퓨터의 보안을 해제한 뒤 분석작업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수사대 전문 증거분석관 10명과 디지털 증거분석 전용장비를 이용해 삭제된 파일을 포함해 인터넷 접속기록과 문서 파일을 분석했다"며 "게시물이나 댓글을 찾기 위해 수십 개의 검색어로 정밀분석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가 올해 9월부터 40여개의 ID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한 기록은 있지만 민주당이 고발한 내용대로 댓글을 작성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도 "덮어쓰기 된 비활성영역 데이터의 경우 복구가 힘든 경우도 있어 댓글 작성이 있었을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6일 사의한 표창원 경찰대학교 교수는 경찰의 초동대응이 잘못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표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압수수색 영장 발부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행정상 즉시강제 법리를 이용해 강제진압을 했어야 한다"며 "공무원이 영장도 없이 사적인 공간인 비디오 가게에 진입해 불법 음반·비디오·게임물을 수거해 폐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영장주의 위반이 아니다(2000헌가12)"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인용해 증거자료를 신속히 확보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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