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동대만 못 받는 '경찰 바디캠'…웃픈 '내돈내산'
집회 과격해지자 경찰 지인에 '바디캠 선물' 인기…올해부터 예산 투입
보급 대상에 '시위 최전선' 기동대는 빠져…"기동대가 1순위 아니냐"
-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집회·시위 관리에 투입되는 경찰들 사이에서 바디캠이 인기를 끌고 있다. 12·3 계엄 사태 이후 집회가 급증하고 시위대와 충돌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혹시 모를 피해를 막기 위해 사비로 바디캠을 구매하는 것이다.
경찰은 약 15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내년까지 바디캠 1만 5000여 대를 보급할 계획인데, 정작 시위대와 전면에서 대치해 충돌 우려가 큰 경찰기동대는 보급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일선 경찰 사이에서 몸에 장착하는 소형 카메라인 '바디캠'이 인기를 끌고 있다. 새로 임용된 지인에 선물로 바디캠을 주는 이들도 많다.
최근 남자친구가 중앙경찰학교를 졸업했다는 30대 여성 A 씨는 온라인쇼핑몰에서 30만 원짜리 바디캠을 구매했다고 한다. 신입은 대부분 지구대나 파출소에 배치됐다가 기동대로 뽑혀 현장에 투입되는데, 최근 서부지법 난동 사태 등 경찰이 폭행당하는 일이 늘어 걱정이기 때문이다.
A 씨는 "뉴스를 보면 요즘 집회나 시위도 격렬한 거 같고 혹시 남자친구가 그런 곳에 나가서 다치고 불상사를 당할까 걱정되는 마음에 바디캠을 사줬다"고 했다.

소위 '웨어러블 카메라'로 불리는 바디캠은 10만 원대부터 40만 원대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경찰들 사이에선 T사의 10만 원대 제품이 특히 인기다. 부피가 작고 가벼워 경찰 전용 복지몰에서도 판매량이 많다고 한다.
바디캠에 녹화된 영상이 증거로 쓰이기도 한다. 지난해 1월 강원 원주에서 30대 남성이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밀치며 음주 측정을 거부해 재판에 넘겨졌는데, 재판부는 경찰 바디캠 영상을 증거로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문제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경찰의 바디캠 보급계획에 기동대가 빠졌다는 것이다. 바디캠 보급은 민생 대응 업무를 하는 지구대·파출소와 교통경찰의 현장 증거 확보 목적이라는 게 이유다.
경찰은 올해 약 77억 원의 예산을 투입, 상반기에 보안 체계 검토와 사업자 선정을 끝내고 하반기부터 보급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단 내년까지 2년간 약 154억 원을 투입해 총 1만 5733대를 보급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보급 대상은 지구대와 파출소 등 지역경찰과 교통경찰, 기동순찰대다. 기동대는 빠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민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민생 대응에 한정했다"며 "기동대 보급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했다.
기동대는 사비로 바디캠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셈인데, 일각에선 "집회·시위 관리를 맡는 기동대야말로 보급 1순위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이마저도 보급이 완료되는 2028년부터는 소지도 불가능하다.
서울의 한 일선서 경찰은 "최근 대규모 집회에서 기동대가 시위대에 위협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기동대 수십명과 시위대가 대치하는데 채증 카메라 1대로 대응하는 건 역부족"이라고 털어놨다.
'민생 대응' 개념도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경찰관기동대 운영규칙에 따르면 기동대 임무는 경찰법에 규정된 국가경찰사무다. 여기에는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범죄 진압, 교통의 단속과 위해의 방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 등이 포함된다. 대부분 민생과 직결되는 임무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 교수는 "바디캠 도입은 근무 기피 혹은 권한 남용을 하지 않는지 감시하는 목적도 있어 지역 경찰부터 도입하는 절차는 나쁘다 볼 수 없다"면서도 "최근 경찰의 인권이 침해되고 공무집행방해 행위가 빈번하므로 바디캠 도입의 법적 근거와 절차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zionwk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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