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출석·돌연 사직' 경호처장 왜?…체포영장 저지 균열 오나

물리적 충돌·유혈사태 우려 압박감에 사직 결심한 듯
긴급체포 가능성 제기…체포영장 저지 명분 약화 분석 나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로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정윤미 기자 =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예상을 깨고 소환조사를 위해 경찰에 출석한 데 이어 사직서까지 제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곧바로 사직서가 수리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경호를 책임지는 수장이 공백 상태에 빠지게 됐다.

이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 때 과연 경호처가 이전처럼 영장 집행을 온몸으로 저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돌연 출석·사직' 선택한 경호처장, 물리적 충돌 압박감·자괴감 컸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특수공무집행 방해)한 혐의를 받는 박 처장은 10일 오전 10시 5분쯤 경찰에 출석했다.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앞서 두 차례 소환에 불응한 터여서 이날 출석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이를 두고 체포영장 발부를 막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경찰이나 검찰의 소환조사에 3번 불응하면 체포영장이 청구되고 발부될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때 박 처장은 전면에 나서기 힘들게 된다. 윤 대통령에 앞서 박 처장을 체포가 가능하고 이는 경호처의 영장 집행 저지선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경찰 출석에 앞서 사직서를 제출했고 곧바로 수리되면서 다른 해석이 나온다. 지금 상태가 유지된다면 경호처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하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한 압박감이 사직을 선택하게 만든 이유라는 설명이다.

실제 박 처장은 "저는 어떠한 경우에도 물리적인 충돌이나 유혈사태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그동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여러 차례 전화했다"며 "정부 기관 간의 중재 건의를 드렸고, 또 대통령 변호인단에게도 제3의 대안을 요청한 바가 있다. 그러나 그에 맞는 답을 얻진 못했다"고 털어놨다.

박 처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은 수사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체포영장 집행 방식의 절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처장 입장에서는 물리적 충돌 방지와 체포영장 집행 저지라는 모순된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특히 박 처장은 경찰 2인자인 경찰청 차장을 지낸 인물이다. 친정인 경찰과 피를 흘리며 싸워야 하는 상황도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는 "경찰이 친정인 제가 경찰의 소환을 거부하고 수사를 받지 않는다면 국민 누가 경찰의 수사를 받겠냐. 수사기관으로서 경찰의 위상을 존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경찰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임박한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 앞에서 경호 인력이 이동하고 있다. 2025.1.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긴급체포 가능성,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 '균열' 오나

경찰이 박 처장을 긴급체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처장에 경찰 조사는 이날 오후 6시 기준 8시간째 이어지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경찰과 사법경찰관은 필요시 법원의 영장 발부 절차 없이 긴급체포할 수 있다. 다만 긴급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거나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지 못할 경우 피의자를 즉시 석방해야 한다.

구속 영장 발부 조건은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분명해야 한다. 박 처장이 경찰의 소환 조사에 응했기 때문에 법원의 영장 발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법원으로서는 주거지가 일정하고 경찰에 출석한 박 처장이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박 처장을 긴급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해도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수사 당위성이 위협받고 막대한 정치적 부담감까지 감당해야 하는 데 경찰의 고심은 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준비하고 있는 공수처와 경찰은 박 처장의 사직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호처 수장이 물러남에 따라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할 구심점이 약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경호처는 경호처법을 앞세워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경우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될 가능성이 크다. 공무집행 방해의 경우 최대 징역 5년 혹은 10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한다. 특수공무집행방해는 최고 50% 가중 처벌되고 공무원이 상해를 입었다면 벌금형 없이 3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된다.

수장이 없는 상황에서 경호처 직원들이 이런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반대로 강경파인 김성훈 차장이 경호처를 이끌게 되면서 한남동 관저를 둘러싼 성벽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경호처 안팎에서는 정통 경호공무원 출신인 김 차장이 박 처장보다 더 강경한 스타일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지난해 5월 차장으로 내부 승진한 김 차장은 1996년 경호공무원으로 임용된 뒤 인사과장과 사이버보안과장, 정보통신기술부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역임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