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관저 앞 일촉즉발…취재카메라 가로막고, 시위대-경찰 몸싸움

사복·제복경찰 곳곳 배치…폴리스라인·기동대버스 상시 대기
'尹 거부 vs 李 체포' 진보·보수 지지층, 길 사이 두고 대치 중

27일 서울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경찰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2024.12.2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면서 한남동 관저 인근에는 일촉즉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법원의 체포영장 심사 결과를 앞둔 31일 오전 8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 앞에는 약 35m 길이의 폴리스라인이 설치됐다. 라인 안쪽에는 경호처 직원 2명, 밖에는 사복경찰 2명이 지키고 서 있었다.

길 건너 맞은 편에는 기동대버스 2대와 20인승 미니버스 1대가 폴리스라인과 동일한 위치에 차례로 정차돼 있다.

관저 정문이 위치한 인도 양옆 명봉빌딩부터 한남초등학교 사이 440m 거리에는 수십명의 사복경찰과 제복경찰이 뒤섞여 배치돼 있다. 유사시를 대비해 관저 양옆 육교와 곳곳에는 폴리스라인이 대기 중이다.

언론 취재도 엄격히 제한됐다. 오전 8시47분쯤 취재용 카메라를 든 사진기자가 관저 입구를 서성이자 한 경찰이 가로막고 돌려보냈다. 사진·영상 취재진은 170m가량 떨어진 한남대로와 한남대로36길 교차점까지 접근이 가능하나 관저 촬영이 불가한 위치다.

27일 서울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에 적막감이 돌고 있다. 2024.12.2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오전 8시 48분쯤 관저 앞 횡단보도 위에서는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종이 피켓을 든 남성 시민과 이를 제지하는 경찰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질서 유지 차원"이라고 설득했고 남성은 "신체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며 맞섰다. 15분간 실랑이 끝에 결국 남성은 경찰 4명에게 팔다리가 들린 채 횡단보도 밖으로 끌려 나왔다.

이 남성 근처에서 '민주당', '이재명'이 적힌 챙 모자를 쓴 한 여성은 '윤석열 퇴진' 종이를 들고 마주 보고 선 경찰을 응시했다.

오전 9시 16분에는 대략 50명 규모의 보수·진보 지지층들이 한남대로36길을 사이에 두고 '대란 수괴 이재명 체포하라' '윤석열을 거부한다' 피켓을 들고 대치했다.

책가방을 멘 초등학생, 출근하는 직장인, 동네 주민 등 일반 시민들은 추위에 옷깃을 여미며 이 같은 광경을 힐끗힐끗 쳐다봤다.

5년간 관저 인근 건물을 출입하고 있다는 남성 A 씨는 "예전에는 미니버스 1대만 있었는데 지금은 기동대버스까지 몇 대가 지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한 때 자부심을 가졌던 이 나라에 도대체 무슨 일이 난 거냐"며 안타까워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오전 형법상 내란죄(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을 모두 발부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영장을 청구한 지 33시간여만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체포영장 유효기간은 내달 6일까지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