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령에 여객기 참사(?)" 사회적 재난 때 왜 음모론 판치나

"'북한 배후설'부터 대형 참사 징조설" SNS서 음모론 활개
전문가들 "전언·추측 등 부정확한 정보 많아…걸러 들어야"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객이 희생자들의 명패를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3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탑승객 179명이 사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해 온라인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음모론이 활개를 치고 있다. '참사 배후에 북한이 있다'거나, '이번 일을 시작으로 또 다른 참사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여파, 불명확한 참사 원인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사람들이 음모론에 관심을 가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정보 간 교차 검증을 거칠 필요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참사 영상과 SNS 떠돌며 등장한 음모론…'북한 개입'·'대형 참사 예고편'

30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이번 제주항공 7C 2216편 여객기 사망자는 총 179명으로, 생존자인 승무원 2명을 제외하곤 전부 숨졌다. 해당 사고는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인명피해 규모가 가장 큰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참사 직후 사고 영상이 SNS와 언론을 통해 유포되면서 북한, 내란 세력이 참사에 개입했다는 음모론이 나돌았다. 한 방송사에서 사고 장면을 중계하던 중 화면에 '817'이라는 문구가 등장했는데, 이는 북한의 대남 공작 지침을 뜻한다는 주장이 음모론을 뒷받침했다.

영상이 너무 명확하게 촬영됐다는 이유로 영상 제보자가 참사를 예견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한 때 시선을 끌었다. 파장이 커지자 영상 촬영자는 활주로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해 여객기를 자주 봤으며, 이번엔 선회 규모와 착륙 방향이 이상해 보여서 영상을 찍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와 이번 제주항공 참사를 연관시켜 더 큰 사회적 참사를 예고하는 음모론도 등장했다. 참사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엔 31일 보신각 타종 행사에서 특정 세력이 대형 인파 속 충돌을 유도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와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해당 글에선 과거 이태원 참사 등 다른 사회적 참사도 언급됐다.

광화문에서 매주 보수 집회를 여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이날 온라인 생방송에서 제주항공 참사를 가리켜 "사탄의 장난"이라며 "저는 세월호, 이태원과 비교도 할 수 없는 규모의 사태가 한반도에 일어날 것이라고 본다. 정치 지도자들 때문에 내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혼란 정국 속 더욱 확산…정보 교차 검증 필요

전문가들은 음모론이 확산하는 이유에 대해 일종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본인이 겪고 있는 상황을 통제하고 정보를 습득해 답을 찾으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알고리즘 추천으로 뜬 편향된 정보 등을 참조하면서 '음모론'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러 원인이 중첩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명확한 '왜'를 찾기 어렵지만, 그래도 답을 찾으려다 보니 '음모론' 등을 믿게 되는 것"이라며 "사건 초기인 만큼 진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전언이나 추측성 정보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보를 걸러 들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음모론은 '이건 이것 때문이다'라고 명확하게 짚어주다 보니 안 믿던 사람들도 심정적으로 의존하며 편견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음모론은 유튜브 등 알고리즘 수익 창출과 직결돼 허위 사실이 더욱 부풀려지는 특성이 있으니 기성 언론에서 나오는 정보들과 교차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