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 갖지 말고 견뎠으면"…생존자 입원 병원 환자들 '응원'

생존자 승무원 2명 이대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 입원
"그냥 한번 안아주고 싶어", "애도 넘어서 큰 슬픔"

'무안공항 추락사고' 극적 생존자인 20대 여성 승무원이 2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아산병원에 도착해 응급실로 이동하고 있다. 2024.12.29/뉴스1

"만약에 앞에 있다면 그냥 한번 꼭 안아주고 싶어요."

(서울=뉴스1) 홍유진 유수연 이강 기자 = 30일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에서 만난 환자 A 씨(52)는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생존자가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말을 듣자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남성 승무원 생존자는 기억 상실이 일어날 정도로 충격이 컸다고 들었다"며 "어떤 말을 보태기보다는 그냥 한번 꼭 안아주고만 싶다"고 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생존자인 승무원 2명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전날 발생한 사고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사고의 생존자이자 승무원인 이 모 씨(33·남)와 구 모 씨(25·여)는 전날 각각 이대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으로 후송됐다. 구 씨는 전날 오후 10시 30분쯤 응급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겼다.

어린 아들 손을 잡고 이대서울병원을 방문한 권 모 씨(40·남)는 "마침 우리 가족도 해외여행 갔다가 아침에 돌아와서 깜짝 놀랐다"며 "애도를 넘어서서 저도 같이 큰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말끝을 흐렸다.

또 다른 생존자 구 씨가 입원해 있는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환자들 사이에서도 비통한 분위기가 흘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아산병원 영상의학과 A 교수는 "오늘 아침 이른 시각에 출근했는데 병원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다"고 병원 분위기를 전했다. A 교수는 "이렇게 사건사고가 많은 나라에 같이 살아 있다는 게 기적인 것 같다"며 "부상자 치료를 위해 의료진으로서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산병원을 찾은 김 모 씨(67·여)는 생존자가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어제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하루 종일 뉴스만 쳐다봤다. 희망 잃지 말고 얼른 건강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환자 정 모 씨(60·여)도 "국민들 모두 같은 마음일 테니 죄책감 가지지 말고 잘 견디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버지가 암 투병 중이라는 김 모 씨(21·여)는 "가족이 몸이 좋지 않으니 이런 사고가 더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며 "마음이 많이 힘드실 텐데 잘 회복하셨으면 좋겠다"며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이번 참사가 정치적으로 소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 씨는 "무안이 전라도다 보니까 지역 특색으로 안 좋은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더라"며 "이번 사안은 정치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이번 사고에서 구조된 2명은 모두 승무원이다. 이들은 여객기 후미에 탑승해 있다가 동체 꼬리 부분이 떨어져 나가면서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나머지 탑승객 179명은 전원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생존자 이 씨는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의식이 뚜렷하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주웅 이대서울병원장은 전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깨 보니까 구조돼 있었다' 정도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