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려고 복지사 됐나"…송년회 때 장기 자랑 강요하는 복지시설
직장갑질119, 장기 자랑 강요 제보 31건 접수…신입사원 집중
직장인 10명 중 3명 "송년회 때 개인기 강요 받은 적 있다"
- 김예원 기자
복지관 연말 잔치 때 구청장과 구민 500명을 불러서 신입직원에게 공연시켰습니다. 이런 문화는 없애야 한다고 건의하니 왜 관습을 바꾸려 하냐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회장님 취임식 등 행사 때 사회를 보라고 합니다. 시간이 안 나 주말이나 퇴근 후 따로 집에서 연습합니다. 거부하면 서류 결재가 나지 않고 과도한 업무가 주어지는 등 괴롭힙니다.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재단 행사에 차출돼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강요받은 '한림대 성심병원 장기 자랑' 사건이 일어난 지 7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일부 사회복지 시설에선 송년회 등 연말 행사 참여 강요가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직장갑질119 온라인 노조는 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장기 자랑 제보를 받은 결과 총 31건이 접수됐다고 25일 밝혔다. 기관장 취임 축하 공연, 연수원 워크숍 등에서 장기 자랑을 하도록 강요받거나 영상을 SNS에 공개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장기 자랑 강요는 신입 사원에게 집중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를 제기할 경우 '블랙리스트'에 올라타 복지관에 취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직장갑질119는 분석했다.
이런 '연말 갑질'은 비단 복지시설만의 문제는 아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 4명 중 1명(27.3%)은 회사나 부서에서 진행하는 송년회 등 회식 참여가 의무라고 답했다.
회식 과정에서 겪은 불쾌한 행위와 관련해선 △음주 강요(38.9%) △노래·춤·개인기 등 강요(29.4%) △상사, 동료의 주사(술주정) 피해 (26.3%) 등이 높은 응답을 기록했다.
직장갑질119는 장기 자랑 강요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명시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시설장의 직장 내 괴롭힘은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또 괴롭힘을 신고했다고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종수 노무사는 "특정 연차 미만 사회복지 종사자 모두가 참여하는 장기 자랑을 거부하면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업계 종사자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악습을 근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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