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택 대주교 "올해 큰 혼란과 갈등…공동선 향해 함께 노력을"

"여러 혼란스럽고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민주적 절차와 헌법적 절차에 따라 국민 전체의 행복과 공동선을 향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는 25일 성탄절을 맞아 최근의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날 0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를 열었다. 명동성당 앞마당에서는 아기 예수를 말 구유에 안치하는 '구유 예절' 의식이 미사에 앞서 거행됐다.

정 대주교는 강론 서두에서 "올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혼란과 갈등 속에서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며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 속에서도 교회는 정의와 평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할 소명이 있다"고 운을 띄웠다. 다만 "그러나 교회의 목소리는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화해와 일치를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대주교는 "우리 사회가 비록 두려움과 불안에 빠져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정의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다른 생각 다른 의견 가진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함께 공동선을 위해 지혜를 모으는 따뜻한 인간 존중의 자세로 지혜롭게 이 격동을 헤쳐 나가길 소망한다"며 "아기 예수님의 겸손하고 겸허한 모습을 바라보며 지금 우리가 마주한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발견하게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명동성당에는 성탄절 미사에 참례하려는 신자와 관광객 등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성당을 찾은 시민들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각자 품고 있는 소망들을 기도했다. 특히 최근 계엄 사태의 여파로 어수선한 정국이 하루빨리 마무리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컸다.

대성당 뒤편 성모상 앞에서 만난 지승원 씨(51·남)는 "시국이 이렇게 좋지 않은데, 빨리 해결되길 바라는 게 모두의 마음"이라며 "경제도 워낙 힘든 시기라 가족과 함께 어려운 시국을 잘 헤쳐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모적인 정쟁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매년 성탄절 성당을 찾는다는 박 모 씨(83·남)는 "요즘 여야 모두 자기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 같다"며 "국민이 뽑았으면 국민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냐"고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박 씨는 "빨리 질서가 잡히고 시국이 안정됐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왔다"고 덧붙였다.

비신자인 대학생 A 씨는 "취업 걱정도 되고 최근 안 좋은 일(비상계엄 사태)이 있었는데 이런 문제들이 잘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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