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비에 지워진 윤 대통령 응원 화환…또 다른 길거리 흉물?
대통령실 앞 2000개 넘는 화환, 눈·비 쓰러져 방치
지지체는 행정력 집행 한계 토로, 대통령실은 묵묵부답
- 이기범 기자, 김종훈 기자
"윤 대통령님 히내ㅔ요"
(서울=뉴스1) 이기범 김종훈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대통령 탄핵 반대' 화환은 전날부터 내린 눈·비에 방치돼 있었다. "대통령님 힘내세요", "지지합니다" 등 응원 메시지는 젖어서 흐려지거나 눈에 뒤덮이는 등 본래 의미를 찾기 힘들었다.
탄핵 소추안 가결 전후로 하나둘 늘어나던 화환은 삼각지역에서 녹사평역 구간을 넘어 인근 용산구청까지 약 1.5㎞ 거리 도보를 따라 현재 2000개 넘게 늘어서 있다.
다만 바람에 쓰러지거나 부속물이 떨어진 화환들도 눈에 띄었다. 국방부 청사 어린이집 앞쪽 거리에는 쓰러진 화환 위에 눈까지 덮여 방치된 화환이 쓰레기 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일부 쓰러진 화환은 도보를 가로막아 불편을 주기도 했다. 이에 대통령실 인근에 경비를 서던 경찰이 화환을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대통령실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은 흉물이 된 화환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한 50대 부부는 불편함을 토로했다.
남편인 원 모 씨는 "화환이 누워 있어 불편하고 흉하다"며 "최근 윤 대통령 생일이어서 이를 축하하는 화환도 있는데 이를 표현의 자유로 볼 수도 있겠지만, 공공 공간에서 이렇게 화환이 방치된 건 적법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를 방치하는 지자체도 문제인 것 같은데 강제 철거하는 게 맞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관할 지자체인 용산구는 난색을 보였다. 쓰레기로 볼 수 있을지 법리적인 판단이 서기 전까진 강제로 처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이라는 점, 대통령실 인근에 행정력을 집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화환이 방치된 배경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 경호처 관계자는 "저희가 답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며 "해당 화환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실로 문의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측에도 화환 문제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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