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4개월만에 조지호 검찰 송치 …반복되는 '경찰청장 잔혹사'
14명 중 5명만 임기 채워…'2년 임기제' 유명무실
'정권에 예속된 경찰' 내부에선 자조·비판…"인사권 개정 필요"
-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동시 구속 송치됐다. 경찰 역사상 초유의 수뇌부 공백으로 내부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내부에서는 이른바 '경찰청장 잔혹사'가 되풀이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청장 잔혹사는 2003년 경찰청법 개정으로 경찰청장 2년 임기제가 도입된 이래 상당수 경찰청장이 임기 도중하차하면서 비롯됐다. 실제로 2003년 이후 현재까지 청장직을 맡은 14명 가운데 이택순·강신명·이철성·민갑룡·윤희근 등 단 5명(약 35%)만이 임기를 채웠다.
조 청장의 경우 '12·3 비상계엄 사태' 관여한 혐의로 취임 4개월 만에 직무가 정지돼 최단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재판 기간을 감안하면 다시 경찰청장으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청법 개정안 14조 4항은 경찰청장 임기를 2년으로 하고 중임(重任)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당초 경찰청법 개정 취지는 경찰 독립성 보장에 있었다. 정치권력에 예속돼 정부가 여론 전환용으로 청장을 자주 교체한다는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 실제 1991년 경찰청이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치안본부에서 독립한 이래 2003년까지 2년 임기를 지킨 치안 총수는 박일룡·이무영 전 청장 단 2명뿐이었다.
그러나 법적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경찰 최초 '임기제 청장'이었던 최기문 전 청장은 취임 1년 10개월 만에 갑작스레 퇴임했다. 여권과 갈등 등으로 용퇴 압박을 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명박 정부 초대 청장인 어청수 전 청장은 미국산 소고기 반대 촛불시위 과잉 진압 비판과 더불어 용산 참사 책임론까지 더해지면서 1년 만에 사의를 표했다.
'정부로부터 사퇴를 종용받았다'고 폭로한 전임 청장도 있었다. 당시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 사건을 내사 중이었던 김기용 전 청장이다. 그는 김학의 전 차관 취임 당일인 2013년 3월 사퇴해 논란이 됐다. 당시 박근혜 정부 출범 한 달도 안 된 시기였다. 이후 김 전 청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부의 사퇴 종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조 청장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극비로 추진해 하달한 계엄 사태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경찰은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계엄 발표 3시간여 앞두고 대통령 안전 가옥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계엄 관련 내용을 듣고 '장악기관'이 적힌 A4 문서를 전달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정치권력에 예속된 경찰에 대한 자조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2일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관료와 정치집단이 경찰 권력을 통제해선 안 된다"며 "이번 사태로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에서 외청으로 독립한 뒤 30년간 시민 경찰로 나가고자 했던 경찰의 꿈이 일그러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업무 수행에 있어서 독립성 등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를 지키려는 통치자들의 상당한 의지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 교수 역시 "대통령이 경찰청장을 임명하는 현행 제도하에서 경찰이 독립성을 갖추기란 불가능해 보인다"며 "경찰 독립성 보장을 위해서는 인사권한을 (대통령이 아닌) 별도 인사위원회에서 추천하고 선발하는 방식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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