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맛집' 사장님의 한숨…"尹사진에 절하거나 분노하거나"
'비상계엄' 전부터 사진 내려…"장사 방해될까봐"
"단골 발길 끊어…尹 앉았던 자리 보고 나가기도"
- 김종훈 기자
"(대통령) 사진을 등지고 드시기도 하고, 코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하여튼 복잡했어요."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방문한 국숫집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이 식당은 이른바 '윤석열 맛집'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그러나 윤 대통령 사진은 올해 초 진작에 뗐다고 한다.
국숫집 사장 A 씨(63·여)는 "(대통령) 얼굴을 보면 체할 것 같다는 분이 있고, 사진을 향해 절을 하시는 분도 있었다"며 "반응이 완전히 갈렸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윤 대통령이 이 식당을 방문한 것은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이었다. 이 식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불과 5분 거리다. A 씨는 "일하다가 갑자기 (대통령이) 들어와서 저희도 너무 놀랐다"며 "손님들이 식사하시다가 계산도 못하고 인사만 하고 가고 난리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A 씨는 식당 벽에 대통령 사진을 건 이유도 털어놨다. 손님마다 '대통령이 다녀간 곳인데 사진을 왜 안 거냐'고 말했다고 한다. 그중 한 사람이 사진을 직접 액자로 만들어 선물해 벽에 걸었다는 것이 A 씨의 설명이다.
이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식당을 성지순례 하듯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벽에 걸린 윤 대통령 사진을 보고 대뜸 욕하는 손님도 늘었다.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남동생 B 씨(55)는 "단골이셨던 분 가운데 발길을 끊은 분도 있다"며 "그게(사진)이 보기 싫어서 안 오신다"고 말했다.
국숫집은 '12·3 비상계엄 사태' 한참 전인 올해 초 벽에 있던 윤 대통령의 흔적을 지워버렸다. B 씨는 "만약 이재명 사진이 걸려 있더라도 누군가 와서 '저게 뭐냐'고 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중도라는 게 전혀 없다"고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방문해 김치찌개 맛집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한 한식당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앉았던 상에 표시까지 했지만 이제는 자취를 감췄다.
한식당 직원 C 씨는 "얼마 전에 다 떼어버린 걸로 안다"며 "붙여놨다가는 큰일 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앉았던 자리를 안내해 준 종업원 D 씨는 "극성 지지자들이야 좋아하겠지만, 대통령이 앉았던 자리를 보고 돌아가는 사람도 많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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